보건복지부가 인정하는 간호사 면허를 갖고 있지만 관련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유휴 간호사 수가 10만 6000명을 넘어섰다.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 수가 체계, 의료정책 등 복합적인 문제로 경력이 단절된 비활동 간호사 수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해 7월 발표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2020년 비활동 간호사 수가 10만 6396명으로 2018년 10만 2420명보다 3.9%(3976명) 늘었다고 20일 밝혔다.
2020년 기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22만 5426명임을 고려할 때 유휴간호사 수가 절반에 가까운 47.2%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휴 간호사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8년 10만 2240명에서 2019년 10만 4970명, 2020년 10만 6396명으로 연간 2.5%p씩 증가했다.
간호사 면허를 가지고도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는 사람도 매년 크게 늘고 있다.
간협에 따르면 간호사 면허를 가지고도 간호와 무관한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2020년 기준 4만 4847명으로 집계됐다. 간호사 면허 소지자 중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21만6408명)와 보건교사처럼 의료기관 외에서 근무하는 간호사(6만8689명), 아무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비활동 간호사(10만6396명)를 뺀 수치다. 전체 간호사 면허 소지자 43만 6340명의 10.3%에 해당한다. 간호사 면허 소지자 10명 중 1명은 간호사 면허와 무관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간호사 면허를 소지한 채 다른 직종에 근무하는 인원은 2018년 4만 2480명, 2019년 4만3493명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간협은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원인을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간호행위의 비중이 낮은 데서 찾았다. 간호사들의 행위에 대한 보상체계가 거의 없다보니, 일선 병원에서 간호사를 고용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한다는 것이다. 간호사를 늘리기 보다는 병상 확대와 의료장비 등에 대한 투자에만 나서면서 간호사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하고, 현장을 떠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봤다.
간협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인력은 간호보조인력을 제외할 경우 인구 1000명당 4.4명으로, OECD 평균(9.7명)의 절반 수준이다. 간협 관계자는 “OECD 국가의 간호보조인력이 간호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지 않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절반(4.0명)을 차지하고 있다”며 “의료기관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임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간호보조인력을 간호사보다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휴간호사가 매년 크게 늘고 있는 것은 현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 수가 체계, 의료정책 등의 문제”라며 “이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인 간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