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약 1조 원 규모의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사건에서 우리 정부가 사실상 승소했다. 엘리엇이 주장한 국가 배상금액 가운데 7%만 인정되면서 우리 정부는 ‘천문학적 혈세 지출’이라는 부담을 덜게 됐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가 우리 정부에 5398만 6931달러(약 690억 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중재판정부는 또 2015년 7월 16일 이후 5% 연복리의 지연 이자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는 엘리엇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신청한 지 5년 만이다. 엘리엇은 2018년 7월 ‘2015년 당시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ISDS를 제기했으나 일부 주장만 받아들여졌다. 오히려 중재판정부는 정부 개입이 없었더라도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을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는 우리 정부 측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1조 원에 달하던 보상 금액 가운데 7%만이 인정됐다. 우리 정부의 주장을 중재판정부가 받아들이면서 93%에 해당하는 배상금액이 줄어든 것이다. 사실상 엘리엇의 참패로 판단된 셈이지만 우리 정부는 향후 본게임인 판정 불복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ISDS 사건에서 중재판정부는 요구액 약 6조 3000억 원 가운데 2900억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정했지만 정정 신청으로 우리 정부가 배상금 6억여 원을 줄이는 결과를 도출한 사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