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한·프랑스 정상회담을 열고 자유와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자유주의 연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국제사회를 겨냥한 무력 도발을 지속할 경우 유엔 차원의 단호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한·프랑스 공동발표문’을 공개하고 오찬을 겸한 한·프랑스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공동발표문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3421명의 프랑스 참전용사들이 희생된 점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프랑스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가 위기에 놓였을 때 달려와준 진정한 우방국”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해협을 포함한 남태평양에서 팽창하는 중국 등 이른바 2차 세계대전 이후 정립된 세계 질서가 강대국들의 ‘힘에 의해’ 변경되는 데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프랑스를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재건을 위한 지원을 적극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평화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불법적 도발에 대해 대한민국은 차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긴밀히 협력해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북한을 향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비핵화를 언급하며 “국제법에 의거해 북핵 위기에 결연히 대처하기 위해 프랑스가 한국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우주·항공, 인공지능(AI)과 첨단 미래산업에 대한 협력 확대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원전은 물론 소형모듈원전(SMR)·수소에너지를 비롯해 반도체·양자 분야까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윤 대통령은 “세계가 불확실성과 복합 위기에 직면한 지금 양국 간 협력은 첨단 기술과 미래 전략산업 분야로 확장돼나가야 한다”며 “우주·항공 등 미래 전략산업 분야의 협력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도 “(프랑스) 젋은 층에서 한국 문화를 굉장히 동경한다”며 “프랑스 문화도 한국에서 같은 열기를 가지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각자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6·25전쟁 당시 프랑스의 참전을 환기하면서 “낯선 나라, 낯선 국민을 위해 3421명의 프랑스 참전용사가 치른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서 “이러한 도움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고 영화 ‘기생충’을 만든 나라가 됐으며 파리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K팝의 나라가 됐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유대 관계는 특히 젊은 층에서 한국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무한한 동경을 보여준다”며 “파리에서 K팝의 엄청난 인기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프랑스 문화도 동일한 열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해 보겠다”고 부연했다.
이날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은 최근 두 달 새 주요 7개국(G7) 회원국 및 유럽연합(EU) 정상들과 모두 정상회담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