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만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는 경제적 이해관계나 특정 도시를 위한 전시장이 아니라 지구를 위한 솔루션을 선보이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 "세계는 기후변화, 전쟁, 기아, 사막화 등 직면한 문제가 너무나 많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2030 엑스포 유치국 선정에 가장 중요한 변곡점으로 꼽히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앞서 이뤄졌다.
최 회장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부산의 엑스포 유치 경쟁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지지한다고 밝힌 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 회장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지지하기로 선택한 이유를 물어봐 달라"며 "그렇게 일찍 입장을 밝힐 이유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2030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은 최 회장은 "막중한 임무이지만 대단한 영광이기도 하다”면서 “60대에 접어들고 보니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지 않다"며 엑스포 유치를 위한 각오를 다졌다.
최 회장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최 회장은 "수출을 토대로 한 한국의 성공스토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면서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특히 전쟁으로 '시장의 파편화'가 발생했다며 "이제 단 하나의 세계시장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이어 "한국인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에 익숙하다”며 "하드웨어인 산업경쟁력과 소프트파워에 해당하는 문화를 성공적으로 접목시킨다면 한국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미중간 갈등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두 강대국 갈등이 모든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헤게모니 전쟁이 앞으로 3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도 본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 회장은 "(미중 갈등이)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도 제공한다"며 SK가 인텔로부터 인수한 중국 북동부 다롄 낸드 공장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미·중 디커플링 전개 양상에 따라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접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최 회장은 SK가 유럽에서 반도체 생산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유럽연합(EU)이 향후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한다면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