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은 "가계대출 증가보다 집값 급락 우려…전세보증금·미분양 등 위험"

1분기 금융취약성지수 48.1로 상승

전세 추가 하락 시 집주인 보증금 없어

한은 “미분양 증가 3년 후 건설사 위험”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연합뉴스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연합뉴스




높은 금리 수준에 경기 회복마저 더딘 가운데 집값 하락 폭 축소로 가계부채가 늘기 시작하면서 금융불균형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집값 급락으로 인한 가계 건전성 악화, 전셋값 하락에 따른 보증금 반환 위험, 미분양주택 증가로 건설사 부실위험 확대 등 각종 위험 요인에 주목하면서 대응을 요구했다.



21일 한은이 발표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인 금융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올해 1분기 48.1로 전년 말(46.0) 대비 소폭 상승했다. 2007년 1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 장기 평균 39.4보다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줄어들고 집값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문제가 됐던 금융불균형이 축소됐으나 분위기가 다시 달라진 것이다.

한은은 “올해 들어 국내외 통화정책 긴축 기조 완화 기대 등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부동산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어 금융불균형 축소가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은 올해 1분기 223.1%로 추정돼 지난해 3분기(223.6%) 대비 소폭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고 기업 신용도 꾸준히 증가하는 점은 변수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1분기 말 0.83%로 6개월 전보다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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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한은은 집값이 급격하게 조정되면 가계 순자산 규모가 축소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봤다. 2021년 하반기 이후 집값 조정이 이뤄지면서 가계 평균 순자산은 2021년 말 4억 4000만 원에서 올해 3월 말 3억 9000만 원으로 5000만 원 감소했다. 이에 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 비중도 2.7%에서 5.0%로 확대됐다.

전세가격도 하락하면서 임대 가구의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도 크게 늘었다. 전세 가격이 올해 3월 수준을 지속한다면 임대 가구가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차액 규모는 24조 2000만 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세 임대 가구인 116만 7000가구 대다수가 보유 금융자산과 추가 차입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차입하고도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려운 가구 비중은 4.1~7.6%로 추정된다.

문제는 미분양주택이다. 주택경기 부진으로 대구 등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난 미분양주택은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전국 7만 1000호다. 민간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1분기 49.5%로 2021년 말(93.8%) 대비 크게 떨어졌고 분양물량 소진율도 올해 1~4월 78.9%로 2021년 말(97.4%) 대비 하락한 상태다.

미분양주택이 늘어나면 건설사의 주택 재고자산과 미수금 증가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 건설사별 평균 미분양주택 재고액은 2022년 66억 원으로 다시 늘어나고 분양 및 공사 미수금도 234억 7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34.1% 증가했다. 과거 미분양주택이 급증했던 2007~2008년 당시를 살펴보면 미분양주택이 증가한 이후 3년 시차를 두고 건설사 부실위험이 크게 높아진 바 있다.

한은은 주택시장 부진 장기화로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실수요자 위주의 규제 완화, 분양가 조정,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에 직면한 전세 세입자 보호 방안 마련 등 대책 마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금융취약성지수가 상승하고 가계대출이 증가 전환한 것이 걱정스럽지만 아직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부동산 가격 급락은 역전세 등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미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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