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발생한 부산 해운대구 호텔 화재 현장에서 땀에 흠뻑 젖은 채 무릎을 꿇고 호흡을 고르는 소방대원의 모습이 담긴 한장의 사진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투숙객들은 소방대원들의 헌신적인 대피 안내와 화재진압 덕분에 큰 부상자가 없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2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투숙객 김재필(57)씨는 "연기로 가득 찬 복도를 지나는데 숨이 막혀 '죽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대피 상황을 떠올렸다.
인천에 사는 김씨는 아내와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아 불이 난 호텔에 투숙했다.
체크아웃을 준비하고 있던 김씨는 창문 밖으로 소방차가 와있는 것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10분 후 호텔 직원이 객실마다 문을 두드리는 것을 보고 비상 상황임을 직감하고 아내와 함께 복도로 뛰쳐나갔다.
복도에는 이미 연기가 자욱했다.
김씨는 "머물렀던 객실이 7층이었는데 1층으로 내려가려면 6층을 거쳐 4층까지 이동한 뒤 4층에서 승강기를 한차례 갈아타야 하는 복잡한 구조였다"며 "계단과 복도에는 이미 연기가 차 있어 막막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해당 호텔은 객실 층에서 4층까지 간 뒤 승강기를 갈아타야 1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다.
김씨는 "7층에서 6층으로 걸어서 이동해 승강기를 타고 4층으로 이동했고 승강기를 갈아타기 위해 복도를 지나고 있었는데 연기를 한번 마시니 숨이 턱 막혔고 이대로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순간 갑자기 소방대원이 다가와 산소마스크를 건네 안내에 따라 착용하고 무사히 건물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불이 나면 승강기 이용을 자제해야 하지만 당시 계단에는 이미 연기가 차 있었고 호텔 직원 안내에 따라 승강기를 이용해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산소마스크를 건네고 피난을 도운 소방대원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생각하고 건물 밖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는 순간 지하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들이 땀에 흠뻑 젖은 채 무릎을 꿇고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불은 지하에서 발생했지만 연기가 상층부까지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고 1층까지 내려오는 게 굉장히 복잡한 구조라 대피 과정에서 자칫하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며 "소방관들이 침착하게 대피를 유도해 다행히 투숙객 중에는 다친 사람들이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1층으로 대피하지 못한 투숙객들은 4층 야외수영장 테라스 공간에 대기하다 사다리차로 구조됐고, 옥상으로 대피한 사람 중 일부는 헬기로 구조되기도 했다.
일부 투숙객들은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고 호텔 측에서 안내방송이 없어 투숙객 대피가 늦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층에 투숙했던 A씨는 "소방차가 왔는데도 화재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지하에 불이 났다고 해서 호텔 측에서 투숙객들에게 대피하라는 안내를 너무 늦게 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경보기나 대피 안내방송이 없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 20일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불이 나 투숙객 170여명이 대피했다. 투숙객 3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경미해 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화재 진압과정에서 소방관 3명이 화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