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들쭉날쭉 예대금리차…"공시 효과 미흡"

◆도입 1년 공시제도 유명무실

국내銀 17곳 지난달 평균금리差

작년 시행때보다 0.09%P 감소

지방은행 등 8곳은 되레 확대

한달새 1%P 가까이 급변하기도

특정 추이 없어…소비자만 혼란





지난해부터 공시한 국내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제도 시행 초보다 0.1%포인트도 채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전체 은행 중 절반 가까이는 예대금리차가 오히려 확대됐다. 한 달 사이 1%포인트 가까이 급변하는 경우도 있어 해당 은행의 예대금리차 추이나 정도 등 소비자들의 선택권 확대에 도움이 되는 정보 역시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을 제외한 국내 은행 17곳의 지난달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89%포인트로 공시제도가 처음 시행된 지난해 7월(1.98%포인트)보다 0.09%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보다 예대금리차가 줄어든 은행도 NH농협·신한·우리·SC제일·IBK기업·KB국민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3사 등 9곳으로 나머지 8곳은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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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차 공시제도는 금융 당국이 지난해부터 소비자 선택권과 금리의 자율 경쟁 촉진을 목적으로 도입했다. 소비자들은 예금금리는 적게, 대출금리는 많이 받는 은행을 피하게 되고 각 은행은 타행과의 예대금리차 비교를 의식해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금리를 책정해나가 자율 경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 도입 1년이 가까워져 오는 시점에서 예대금리차가 시행 초기와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행 초기보다 줄었다고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지난해 말 정점을 기록하고 금리가 올해부터 서서히 내려온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취지가 훼손된 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이 공시한 예대금리차 정보가 특정한 추이를 나타내지 않고 매달 들쭉날쭉했기 때문이다. 특정 달에는 예대금리차가 0%대까지 내려왔다가 다음 달에는 1%포인트 가까이 급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컨대 A 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 예대금리차는 0.61%포인트였지만 한 달 뒤인 올해 1월에는 1.5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지방은행인 B 은행의 경우 지난해 10월 0.63%포인트였던 예대금리차는 11월 1.93%포인트로 1.3%포인트나 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공개된 월별 예대금리차 최고치와 최소치 편차는 최대 2%포인트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은행들은 예견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예대금리차 산정의 기준이 되는 여수신 금리는 매달 은행에 들어오고 나가는 여수신 자금의 성격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의 요구불예금 자금이 많이 들어올 경우에는 예대금리차를 산정하기 위한 수신금리가 하락하는데 대출금리가 큰 차이가 없을 경우 예대금리차는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실제로 C 은행의 경우 지난달 대출금리는 다른 은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단기 정책자금이 대거 유입돼 수신금리가 낮게 나타나면서 지난달 예대금리차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공시 제도 확대 이전부터 예대금리차는 매달 여수신의 특징에 따라 왜곡돼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며 “은행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연간으로 보면 예대금리차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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