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원만한 가격협상 해달라"…정부, 라면 이어 시멘트값 인상 자제 압박

산업부, 시멘트 7개사 간담회서 주문

업계 "탄소중립정책 부담" 호소했지만

정부 눈치에 "당장은 인상 힘들 수도"





물가 인상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직접 나서 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라면 업계를 향해 “라면값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요구한 데 이어 최근 14%의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힌 시멘트 업계를 대상으로 ‘원만한 가격 협상’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시멘트 업계는 정부의 압박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업계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23일 주요 시멘트 7개사 및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시멘트 업계의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유연탄과 전기료 등 각종 비용의 변동 사항 등을 종합 고려해 향후 원만한 가격 협상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멘트 업계는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질소산화물 감축 등을 수행하기 위한 업계의 부담이 상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쌍용C&E(003410)·성신양회(004980)가 최근 8개월 만에 다시 가격 인상을 시도하자 정부 고위 관계자가 나서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시멘트 업계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압박성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달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멘트·레미콘·건설 등의 업계와 만나 “시멘트 가격이 당분간 숨 고르기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2만 원 선으로 뛴다고 하니 국민들은 팔짝 놀라서 뒤로 넘어질 일”이라며 “기초적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시멘트 제조원가 공개에 나설 수 있다는 의향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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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가격 인상 방침에 건설·레미콘 등 수요 업체의 반발이 상당히 거셌던 데다 정부까지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업체를 불러 가격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은 값을 올리지 말라고 통보하는 것 아니냐”면서 “건설사와 레미콘 업체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나서서 가격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니 기업은 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쌍용C&E·성신양회의 가격 인상 움직임을 따라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던 나머지 5개 시멘트 기업의 인상 논의는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선두권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나머지 업체도 곧 동참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14%대 가격 인상 방침을 밝힌 두 회사도 인상 폭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레미콘 업체와 협상을 통해 14%보다 낮은 수준의 인상 폭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의 압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시멘트 업계에서 가격 인상안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자재값 인상 수준을 판매가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데다 향후 환경 시설 등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시멘트 업계는 아파트 분양가의 0.5%에 그치는 시멘트값이 오른다고 집값에 큰 영향을 준다는 주장 또한 수용하기 힘들다고 반박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 인상 시점·폭 등 여러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이라면서 “지금은 정부 압박에 몸을 사리고 있지만 만약 한 업체가 총대를 메고 나설 경우 많은 업체가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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