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올 건설사 해외수주 '350억弗+α' 청신호…이라크·UAE도 줄줄이 대기

■현대건설, 사우디서 6.5조 '잭팟'

정주영 중동신화 쓴 주바일서 수주

아람코와 신뢰 쌓으며 기반 마련

10억弗 넘는 각종 대형공사 따내

원희룡 장관 '외교전' 측면 지원도

네옴시티·비스마야 프로젝트서

동남아 석유화학까지 수주 기대





현대건설(000720)이 ‘아미랄 프로젝트’ 잭팟을 통해 K건설의 또 다른 신화를 썼다. 1975년 사우디아라비아로 처음 진출한 후 50년간 확보한 현대건설의 수주 노하우에 제2의 중동붐 조성을 위해 현 정부가 발족한 ‘원팀코리아’의 지원이 더해져 쾌거를 이룩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올해 주춤했던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 건설 수주가 하반기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과 사우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현대건설은 1965년 태국 고속도로 공사를 수행하면서 처음으로 해외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본격적인 해외 진출 국가로는 사우디를 꼽는다. 현대건설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회장 시절인 1976년 ‘20세기 최대의 공사’라 불리는 주바일 산업항을 수주해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치면서 중동 건설 붐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당시 수주 금액은 9억 6000만 달러로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4분에 1에 달했다. 특히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사우디 석유 국영 회사인 아람코와 오랜 시간 신뢰 관계를 다지며 그간 얀부 천연 액화 공장, 카란 가스 처리 시설(14억 달러), 마잔 오일·가스 처리 공장(28억 달러) 등 굵직한 공사 계약을 따내 현지에서 다른 국가들이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현대건설이 사우디에서 반세기 동안 따낸 공사는 170여건, 232억 달러에 달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나맷’ 프로그램을 통해 아람코의 건설 설계·조달·시공(EPC) 부문 독점 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현대건설은 아람코가 발주하는 석유화학 관련 신사업에 대해 입찰 인센티브를 받는 등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다”며 “이를 기반으로 아미랄 프로젝트도 수주했고 향후 아람코 사업을 추가로 확보·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측면 지원도 이번 수주에 도움을 줬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 수주 500억 불’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인프라 건설, 원전, 방산을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맞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끄는 ‘원팀코리아’ 수주단을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사우디에 파견해 네옴시티 및 인프라 수주를 적극 지원했다. 올 3월 서울에서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등 고위급 외교를 통한 전방위적 지원도 펼쳤다. 이번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식에 맞춰 원 장관은 다시 한 번 사우디를 찾아 현지 에너지·주택부 장관을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1월 한국과 사우디 정부·기업들은 40조원이 넘는 개발·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번 수주는 이때 체결된 40조원 업무협약에 포함되지 않는 별개의 성과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정부의 해외 건설 수주 목표가 ‘350억 달러+α’인데 후속 수주를 위해 원팀코리아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압둘카림 알감디(앞줄 가운데) 아람코 부사장과 윤영준(〃오른쪽) 현대건설 사장이 24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 위치한 아람코 본사에서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에 서명하고 있다. 원희룡(뒷줄 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이 계약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건설압둘카림 알감디(앞줄 가운데) 아람코 부사장과 윤영준(〃오른쪽) 현대건설 사장이 24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 위치한 아람코 본사에서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에 서명하고 있다. 원희룡(뒷줄 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이 계약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건설


이번 수주를 계기로 한동안 주춤했던 국내 건설 업체의 ‘제2의 중동 러시’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유가 하락 및 글로벌 경기 둔화로 중동 산유국의 발주가 지연된 데다 국내 건설사들도 고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 악화로 입찰을 주저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2006년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올 상반기 국내 건설 업체 해외 수주액(아미랄 프로젝트 미반영)은 약 88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중동 주요 국가의 투자 여력 확대가 전망되는 데다 500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네옴시티 관련 발주도 대기하고 있어 중동 수주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올해 사우디에서 자푸라 가스전 2단계 입찰을 마무리했고 사파니아·파드힐리 등 가스 플랜트 입찰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네옴시티 터널 관련 입찰 결과도 올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000880) 건설 부문은 한동안 중지됐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이라크 공동위원회가 6년 만에 재개되며 공사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 수순을 밟고 있어서다. 한화 건설 부문이 시공을 맡은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는 계약 금액만 101억 2000만 달러(약 14조 4000억 원)에 달한다. 그동안 이라크 내부 사정으로 공사비 미지급이 장기화하며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라크는 추가로 더 큰 규모의 신도시 및 주거 단지 사업을 발주할 방침이어서 한국 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GS건설(006360)은 자회사 GS이니마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해수 담수화 플랜트의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

중동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승전보가 예상된다. 삼성물산(028260)이 대만에서 최근 75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호텔 복합 개발 사업을 수주했으며 DL이앤씨(375500)도 동남아 지역의 다수 석유화학 프로젝트 계약을 따낸다는 방침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에 맞춰 현지에서 여러 건의 업무협약도 이뤄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베트남 북부 대표 5개 지방성과 ‘도시성장 동반자 프로그램’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대우건설(047040)은 베트남 건설 개발 투자 기업인 TTA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포괄적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동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