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논의 법정 시한(6월 29일)이 임박했지만 노사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7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는 근로자 측 신규 위원 추천을 놓고 고용노동부와 한국노총이 대립하면서 근로자 위원들이 전원 퇴장해 파행됐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6.9% 인상한 시급 1만 2210원을 내놓은 가운데 경영계는 지난해와 동일한 시급 9620원을 제시했다. 노사 양측의 간극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 생산성 및 소득 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취약 근로자의 생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임금 보장이지 복지 정책이 아니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에서 가격 기능을 하는 최저임금에 급격한 변화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들어 물가 상승률은 3~4% 선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경제성장률은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잠재성장률에 한참 못 미치는 1%대 중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자영업은 고사 직전 상황에 처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33조 7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8년 만의 최고 수준인 1.0%에 이르렀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노동계의 최저임금 요구안을 두고 “문 닫으라는 얘기냐”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시급 9620원을 1만 원으로 3.95% 올리면 최소 2만 8000개에서 최대 6만 9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일 노동계의 주장대로 26.9% 인상해 1만 2210원이 되면 최대 47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올리면 자칫 노사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은 물가 상승률 12.5%의 2배에 달하는 27.8%나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우며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해 고용 대란과 자영업자 몰락 등의 비극을 낳았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해 기업을 살려야 고용을 지키고 늘릴 수 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이 되레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는 ‘역설’에서 벗어나 노사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