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해바라기

박성우


담 아래 심은 해바라기 피었다


?참 모질게도 딱,

등 돌려 옆집 마당 보고 피었다

사흘이 멀다 하고

말동무하듯 잔소리하러 오는

혼자 사는 옆집 할아버지 웬일인지 조용해졌다

?모종하고 거름 내고 지주 세워주고는

이제나 저제나 꽃 피기만 기다린 터에

야속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여



해바라기가 내려다보는 옆집 담을 넘겨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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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할머니와

나란히 마루에 걸터앉은

옆집 억지쟁이 할아버지가

할머니 손등에 슬몃슬몃 손 포개면서,

우리집 해바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 해바라기가 해 버리기 하겠는가. 모종하고 거름 주었다고 주인 따라 돌겠는가. 그걸 모를 리 없는 시인이 서운한 척 능청이다. 혼자 사는 할아버지 진지 잘 드시고, 거동 잘하시는지 지켜보라고 겹눈 안테나 설치한 거겠지. 쓸쓸한 마당귀에 황금빛 비추어 드리려던 거겠지. 해바라기 덕분에 할아버지의 황금시대가 시작되었구나. 옆집 할아버지 일은 옆집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이제 담장 너머 엿보기 없기.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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