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중국으로부터 ‘디리스킹(위험 경감)’하는 방안은 한국·일본·대만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장은 27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은 보호주의자들의 동화(fairytale) 같은 얘기다. 그것은 우리 반도체 산업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수십 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을 매우 효과적으로 구축해왔고 이는 우리의 혁신을 촉진시켰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공급망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은 일종의 환상”이라고 말했다.
뉴퍼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중국의 위험을 제거하고 자국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재건하려 해도 혼자서 공급망을 구축할 수는 없으며 결국은 인도태평양 동맹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디리스킹은 동맹들에게 더 의존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공급망에서 무게중심은 한국·일본·대만·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이다”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북미법인 부사장인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 대사도 이날 “우방과 동맹이 가장 민감한 기술 분야에서 협력하면 실질적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상업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그것은 결과적으로 강력한 국가·국제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국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미국과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반도체 기술 협력이 중국의 국제질서 위협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CSIS도 앞서 ‘번영을 위한 인도태평양에서의 반도체 공급망 확보’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분야에서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수입·수출 및 공급망의 전반적인 탄력성과 보안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마이클 슈미트 미국 상무부 반도체법프로그램사무국장은 기업들이 반도체법 혜택을 통한 대미 투자에 관심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제한한 대중 가드레일 규정을 우려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기업들은 가드레일을 포함한 반도체법 규정을 보고 자신들의 향후 수십 년간 계획을 검토하면서 반도체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데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