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어떻게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커뮤니티와 공존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구글의 오피스 공간 ‘베이뷰’, 뉴욕의 랜드마크 ‘베슬’, 서울 노들섬의 ‘사운드스케이프’…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조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 건물들은 모두 한 사람의 기획에서 나왔다.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는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다. 그는 29일 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된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건물을 지을 때 많은 사람들이 ‘만든다’는 개념을 잊고 지낸다”며 자신의 건축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건축물을 ‘짓는다’기보다는 ‘빚는다’는 표현이 오히려 가까울 정도로 정성스럽다. 2010년 그를 세계적으로 알린 ‘상하이 엑스포 UK 파빌리온’과 세계적 기업 구글의 신사옥 ‘베이뷰’, 승객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새롭게 디자인된 런던의 명물 빨간색 이층버스 등을 떠올리면 건물을 ‘빚는다’는 그의 표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는 창조적인 디자인을 도심환경에 적용해 인간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담긴 공간적 해법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토마스 헤더윅과 그의 스튜디오가 강조하는 ‘감성’에 주목한 주요 프로젝트 30개를 볼 수 있다.
우선 헤더윅 스튜디오는 이번 전시의 공간으로 일반 전시장이 아닌 ‘문화역서울 284’를 선택했다. 서울역 인근에 있는 이 장소는 수많은 사람이 오가기 때문에 다소 번잡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문화역서울 284’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미래를 향한 문화생산의 거점이 되는 대표적 공간”이라며 장소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전시는 30년간 ‘헤더윅 스튜디오’가 진행한 대표 프로젝트에 담긴 건축 철학을, 전시를 기획한 ‘숨 프로젝트’의 새로운 해석과 함께 전달한다. ‘공존하다’ 섹션에서는 ‘씨앗 대성당’으로 불리는 상하이 엑스포 영국 파빌리온 디자인에서부터 204개의 꽃잎으로 디자인된 런던 올림픽 성화대 등을 통해 건축물과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인간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조각적 공간’에서는 중국의 오페라 공연장인 ‘하이난 아트센터’, 뉴욕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베슬’ 등이 전시됐다. 이 곳에서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가장 큰 디자인 특징인 입체적이고 조각적인 형태의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그밖에도 1000개의 기둥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거대한 화분 형태로 설계된 복합 개발 프로젝트 ‘1000트리즈’, 19세기 석탄 창고를 역동적 건축물로 재탄생 시킨 ‘콜 드롭스 야드’ 등 헤더윅 스튜디오가 최근까지 진행하고 있는 각종 프로젝트의 구조와 디테일을 깊게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한국과 헤더윅 스튜디오의 연결고리가 된 서울시 국제 디자인 공모작 ‘소리풍경 노들섬’과 미술관 ‘코어’ 등도 이번 특별 기획 서울 전시를 통해 소개된다. 나아가 주요 프로젝트의 각종 드로잉, 스케치 노트, 모형, 투시도 등을 다양한 미디어 영상 콘텐츠로 접할 수 있다.
이 모든 전시를 관통하는 두 가지 철학은 ‘함께’와 ‘휴먼터치(인간의 감성)’다. 런던의 명물 이층 버스가 오래된 디자인으로 휠체어나 유아차 탑승을 방해한다는 것을 알고 고안한 ‘루트마스터 버스’ 처럼 그는 자신이 빚은 결과물이 인간과 공존해야 한다고 믿는다. 토마스 헤더윅과 함께 전시를 기획한 이지윤 숨 프로젝트 대표는 “인간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공간으로서 건축 디자인의 중요성과 영향을 몰입감 있게 전달할 예정”이라며 “전시를 보고난 후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 건축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