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람들은 실리콘밸리가 죽어간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지금 실리콘밸리는 두 번째 물결(Second wave)을 맞고 있어요.”
엘리자베스 인 허슬펀드 공동 창업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사라토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팬데믹 기간 원격 근무로 인해 샌프란시스코를 빠져나갔던 인구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다시 돌아오는 역전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며 “중세 르네상스에 버금갈 정도로 사람이 모이고 새로운 활기가 만들어지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인 창업자에 따르면 한때 사람들이 물가 상승과 원격 근무 일상화로 이탈했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생성형 AI 스타트업들이 포진한 대뇌 밸리(Cerebral Valley)를 중심으로 매일 밤 AI해커톤이 열리고 있다. 그는 “하루도 빠짐 없이 매일 밤 해커톤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라며 “가는 모든 행사마다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고 웨이팅리스트가 가득차 있다”고 전했다. 이에 허슬펀드가 투자한 400여개의 스타트업 포트폴리오 중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 일대 스타트업 비중이 3분의 1로 올라갔다.
그는 AI 붐이 장기적으로 다음 세대의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의 9살짜리 아들이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툴인 달리2를 활용해 명령어를 넣고 방에 걸 포스터를 제작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다음 세대는 처음으로 사용하는 게 생성형AI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슬 펀드는 벤처캐피털(VC)임과 동시에 실리콘밸리에서 1400명에 달하는 엔젤투자자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독보적인 투자 플랫폼이다. 기존에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내부 관계자와 친분이 있지 않는 한 허들이 컸지만 2017년 말 허슬 펀드가 출범하면서 엔젤 투자자들을 교육하고 포트폴리오 정보를 나누면서 투자의 허들을 대폭 낮췄다. 인 창업자는 “돈 역시 상품이고 특정한 소수에 의해 점유될 필요가 없다”며 “단돈 1000달러도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고 서로가 투자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엔젤 투자자들로부터 모금된 펀드 규모만 2100만 달러(약 270억원)에 달한다.
인 창업자는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구글에서 제품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다. 이후 애드테크 플랫폼 론치빗을 창업하고 3년 만에 매각했다. 이후 실리콘밸리 대표 액셀러레이터인 500스타트업에서 활동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모든 사람이 스타트업에 투자해 부를 재분배할수 있도록 하겠다는 미션으로 허슬 펀드를 창업했다. 첫 펀드를 조성할 때만 해도 700건의 미팅을 해야 했지만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5년여만에 총 운용금액(AUM) 규모가 1억2500만 달러(약 1620억원)에 달한다. 포트폴리오의 3분의 1은 실리콘밸리 지역에, 3분의 1은 나머지 미국 전체에, 3분의 1은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국가로 구성돼있다.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서는 “창업자가 현지 환경을 알고 있는지, 창업자가 현지 환경에서 고객 확보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헀다. 글·사진(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