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NAVER(035420))·카카오(035720)와 CJ그룹주 주가가 최근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는 가운데 해당 종목을 높은 비율로 담은 콘텐츠 상장지수펀드(ETF)들도 최악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Fn웹툰&드라마’는 이달 들어 27일까지 10.66% 폭락했다. 레버리지(차입)·인버스(역방향) 상품까지 포함한 전체 715개 ETF 가운데 꼴찌 성적이다. 이 상품은 지난 2월 이후 꾸준히 하락하다가 21~27일에만 8.26% 급락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디어컨텐츠’ 역시 여진을 겪고 있다. 21~27일 하락폭만 8.60%에 달했다.
이들 ETF가 단기간에 폭락한 것은 종목 구성이 네이버·카카오·CJ그룹주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CJ CGV(079160) 주가는 9720원에 마감해 2008년 10월 이후 약 15년 만에 1만 원 밑으로 주저앉았다. TV광고 시장 침체 등 업황 악화로 인해 연초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던 CJ ENM(035760)과 스튜디오드래곤(253450) 주가도 최근 CJ CGV의 대규모 유상증자 논란, 내부 프로듀서 횡령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며 곤두박질쳤다. 두 기업 모두 최근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최근 각각 20만 원, 5만 원 밑으로 붕괴하며 심리적 지지선마저 내줬다.
KODEX Fn웹툰&드라마는 네이버(15.70%), 카카오(14.80%), 스튜디오드래곤(13.91%), CJENM(13.76%)만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담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는 웹툰 대장주, 스튜디오드래곤·CJ ENM은 드라마 대장주로 묶이는 탓에 기초지수(FnGuide 웹툰&드라마 지수)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TIGER 미디어컨텐츠도 스튜디오드래곤, CJ ENM, CJ CGV 등 CJ 그룹주만 약 18% 담고 있다.
두 ETF와 달리 포트폴리오를 엔터테인먼트 종목 등으로 분산한 상품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분위기다. ‘HANARO FnK-POP&미디어’는 스튜디오드래곤(5.89%)·CJ ENM(5.82%) 등 CJ그룹주를 10% 가량 담고 있지만 이달 들어 27일까지 2.45%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하이브(352820)(25.85%)·JYP엔터테인먼트(24.57%)·에스엠(12.15%) 등 최근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주 비중을 높게 가져간 덕분이다.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역시 네이버(17.29%), 카카오(15.42%), 스튜디오드래곤(1.16%), CJ ENM(1.15%)을 모두 담고 있음에도 하이브(12.93%), JYP(5.26%) 등 엔터주가 손실을 소폭 메꾼 덕분에 같은 기간 손실률이 4.26%에 머물렀다.
투자 전문가들은 ‘KODEX Fn웹툰&드라마와 TIGER 미디어컨텐츠 모두 지수를 100% 추종하는 패시브 ETF인 탓에 빠른 시일 내에 가격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지수 정기 변경 시점은 오는 12월으로 아직 6개월이나 남은 상황”이라며 “그마저도 종목 편출은 해당 종목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경우에나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라 폭락 종목의 비중을 줄일 수는 있어도 교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