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영령들이 제게 쓰라고 했어요. 이들 3만 원혼에게 바치는 ‘공물’입니다. (책이 나왔으니) 이제 4·3 얘기는 그만 할 겁니다.”
29일 제주 출신의 원로작가 현기영(83)은 제주 4·3사건을 다룬 신작 장편 소설 ‘제주도우다’(창비) 출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책은 일제강점기부터 4·3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근현대사를 4·3의 비극으로부터 살아남은 ‘안창세’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현 작가는 앞서 군사정권의 압력이 시퍼렇던 시절 ‘순이 삼촌’(1978)을 써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한 바 있다. 이후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투옥되기도 했다.
“‘순이 삼촌’ 등 (4·3에 관한) 중단편 세 편을 썼고 이거면 이제 됐다 싶었는데, 누군가에게 고문당하는 똑같은 꿈을 계속 꿨어요. 그런데 나를 고문하는 주체가 누구냐 하면 4·3 영령이에요. ‘네가 뭘 했다고 4·3에서 벗어나려 하느냐’면서. 그때부터 4 ·3을 제 일생의 화두로 삼게 됐습니다.”
‘제주도우다’가 ‘순이 삼촌’ 등 과거의 작품과 다른 점으로 작가는 제주인들의 수난을 최대한 억제하고 로맨스도 넣고 낭만적 감성도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4·3은 대수난이고 대참사죠. 너무 참혹해서 그대로 묘사할 수가 없어요. 제가 고심해서 탐구하듯 쓴 이 작품을 독자들도 천천히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소설 제목 ‘제주도우다’는 38선이 그어지고 일본에서 제주도로 귀향민이 들어올 때 미군이 ‘남과 북 중 어디로 가겠느냐’고 물었는데 제주인들이 ‘남도 북도 아닌 제주도로 가겠다’고 한 것에서 따왔다. ‘제주도우다’는 제주 방언으로 ‘제주도입니다’라는 뜻이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