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의 '전산망 비리' 의혹이 감사원 조사 결과 상당 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졸속 심의와 사후관리 관련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비리 의혹까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이 '게임위 비위 의혹 관련 감사보고서'를 29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보고서를 통해 "게임위가 통합관리시스템 1·2단계 및 감리용역 모두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시스템이) 합격한 것으로 검수한 후 대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게임위가 자체등급분류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사업 검수 및 감리를 허위로 처리, 최소 6억 원 이상의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인위적으로 시스템의 과업 진척률을 97%로 만들었으나, 실제 진척률은 47%에 불과했다"며 "언론에 시스템의 검수 문제 등이 보도되자 게임위는 허위·과장된 해명 자료를 작성·게재했을 뿐 아니라 추가 감리를 통해 이를 무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또 자체등급 분류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용역을 수행하면서 외부 업체에 납품이 확인되지 않은 물품과 용역 대금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전산망 구축 비리에 관여한 현직 게임위 사무국장 최모 씨를 정직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또 전산망 구축 실무를 담당했다가 지난해 5월 게임위를 떠난 A팀장에 대해서는 현재 근무처인 한국조폐공사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라고 조치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0월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불공정 등급분류 논란'으로 시작됐다. 게임위가 전체 이용가∼15세 이용가로 서비스되던 일부 모바일 게임 운영사 측에 정확한 심의 절차 공개 없이 '이용 등급을 상향하거나 내용을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일부 게임은 직권으로 이용 등급을 상향한 것이 알려지자 이용자들은 반발했다. 게임위는 등급 분류 회의록을 정보공개 청구에도 불구하고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불투명한 업무 관행, 저작권 침해 정황이 뚜렷한 도박성 아케이드 게임기에 무더기로 등급분류를 내준 사실 등이 드러나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용자들의 분노는 게임위의 전산망 비리 의혹으로 번졌다. 게임위가 2017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이하 시스템) 개발을 외부 업체에 맡겨 3년 뒤 사실상 미완성 상태의 전산망을 납품받았지만, 어떤 보상이나 배상금도 받지 않았다는 게 의혹의 요지였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30대 젊은 게이머들이 주축이 된 국민 54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예비조사를 거쳐 지난 해 12월 정식 감사에 착수했고, 두 차례의 감사 기간 연장 끝에 이날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국민감사 청구인인 이 의원은 "보수적인 게임 검열과 규제로 일관하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정작 기관 내부는 곪아 썩어가고 있었고,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게임 이용자가 감당해야만 했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전면적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