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기대감에 힘입어 비트코인(BTC)이 두 달 만에 3만 달러 선을 돌파했다. 내년에는 비트코인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도래해 수급이 개선되는 만큼 투자심리가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3만 458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크립토윈터 여파로 지난해 1만 5883달러까지 떨어진 뒤 회복세를 보이다 최근까지 2만 5000달러 선에 머물렀다.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 등 거시경제 불안 요인으로 좀처럼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던 비트코인은 블랙록의 현물 ETF 신청을 계기로 상승세로 돌아서며 지난 한 주 간 상승률 16%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가시화하면 투자 수요가 높아져 비트코인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황현철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물 ETF는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직접 구매해야 한다”며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현물 ETF를 내놓고 매수에 나서면 전체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 투자 확대라는 호재를 등에 업은 비트코인은 내년 반감기도 앞두고 있어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약 4년마다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로 내년이 네 번째다. 비트코인 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된 만큼 갈수록 공급이 줄어 상대적으로 가격은 오를 수 있다. 직전 반감기였던 2020년 5월 850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11개월 만에 6만 1529달러로 치솟았다. 니콜라스 파니지르초글루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내년 4월 반감기를 고려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4만 5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의 인기가 급증하자 비트코인이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도미넌스’는 52%로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4월(49%) 이후 최고치로 비트코인의 시장 영향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글로벌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은 30일 기준 1조 1706억 달러다. 비트코인의 비중 확대는 거꾸로 기타 알트코인들이 크립토윈터의 한복판에 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실을 보여준다. 비트코인이 제도권으로부터 자산으로써 지위를 굳혀가는 반면 알트코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교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전반적으로 알트코인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규제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트코인이 증권으로 분류되면 공시나 영업 규제 같은 기존 자본시장에 준하는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고 대다수의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 지원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들이 ‘증권’을 취급하려면 별도 라이선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