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이 SK바이오팜(326030)을 통해 미국 바이오 기업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를 인수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현지에 신약 후보 물질 발굴을 위한 연구 거점을 마련했다. 이에 앞서 SK라이프사이언스는 미국에 임상 개발과 직접 판매 체계를 구축했다.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SK팜테코는 미국 현지에 본사와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SK그룹이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며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다.
SK바이오팜은 30일 미국 바이오 기업 프로테오반트 지분 60.0%를 619억 5325만 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 자금은 SK바이오팜의 자기자본 대비 19.6%에 달한다. 지분 취득 예정일은 7월 17일이다.
프로테오반트는 2020년 3월 SK와 스위스에 본사를 둔 바이오기업 로이반트가 공동 설립한 조인트벤처(JV)다. SK바이오팜이 로이반트 지분 전량인 60%를 확보하며 나머지 40%를 가진 SK와 함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SK그룹이 지주사와 자회사를 통해 프로테오반트를 인수하게 된 셈이다. 프로테오반트는 프로탁(PROTAC)과 분자접착제(Molecular glue) 등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다. TPD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거나 제거하는 신개념 신약 기술이다.
SK그룹과 SK바이오팜은 프로테오반트를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은 물론 미국 현지에 연구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정지영 SK바이오팜 재무본부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이번 인수로 연구개발(R&D) 모달리티를 확장하고 미국에 리서치 거점을 확보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2020년 1분기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론칭했다.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은 2020년 127억 원, 2021년 782억 원, 2022년 1692억 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가 올해는 최대 3000억 원을 목표로 한다. 2030년에는 연매출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SK그룹은 3월 그룹 내 ‘혁신 신약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파이프라인 확대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TF는 장동현 SK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연태 바이오투자센터장,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을 비롯해 최태원 SK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인수가 완료되면 프로테오반트는 SK바이오팜의 연결 대상 종속기업이 된다. 정 본부장은 “현재 보유한 현금 7500만 달러를 활용해 2년 이상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운영 가능하다”며 “당장 당사 손익에 부담이 되겠지만 4분기 일부 파트너링 수익이 예상돼 4분기 흑자 전환 목표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