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약수역 일대와 북한산 주변, 서여의도 등에 대한 고도지구를 대폭 완화했으나 경복궁, 송파구 풍납토성 등 문화재 인근 지역에 대한 고도제한은 유지했다. 중요 문화재 경관 보호라는 목적 외에 고도지구를 해제하더라도 다른 규제들이 존재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외감을 느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30일 서울시는 ‘신(新)고도지구구상’을 발표하며 경복궁 주변 지역 등 중요 문화재 경관 보호 목적이 명확한 지역에 대해서는 규제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경복궁 등 문화재 주변 지역은 일부 중복 규제 지역에 대한 지구 조정(0.19㎢)만 정리했다”며 “높이 규제와 관련해 완화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경복궁 주변인 효자동과 청운동·통의동·삼청동 등은 1977년부터 고도지구로 묶여 높이 15~20m가 넘어가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대통령실 이전이 확정되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돌았던 서촌의 경우 지역 내 한옥보전구역, 경복궁 경관 보전을 위한 문화재보호구역, 인왕산 경관 보전을 위한 자연경관지구 등 여러 규제에 겹겹이 싸인 상태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 보호 원칙이 우선이고 이에 더해 별도 계획에서도 높이를 규제하고 있다”면서 “고도 규제 해제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제외 이유를 설명했다. 한옥보전구역은 일반 지역 3층 이하, 가로 개선 등 별도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4층 이하로 건축물의 높이를 규제하고 있다. 문화재보호구역도 앙각 27도 선 이내 규정을 적용받는다.
송파구 풍납토성 주변 지역에 대한 높이 규제도 유지됐다. 풍납토성 인근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높이 21m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다. 해당 지역에 대한 높이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거쳐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 내 문화재 높이 규제 범위(문화재 인근 100m 보존지역)가 타 지역(문화재 인근 500m 보존지역)보다 좁기 때문에 협의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풍납토성 인근 지역의 경우 문화재청 측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가능성이다. 같은 규제를 받던 다른 지구들은 이번 조치로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에 나설 수 있게 됐지만 문화재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높이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