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5월까지 국세 수입이 160조 2000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36조 4000억 원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대비 세수 감소 규모가 4월 33조 9000억 원에서 한 달 사이에 2조 5000억 원 늘어난 것이다. 정부의 올해 국세 수입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4조 6000억 원 늘어난 400조 5000억 원이다. 5월까지 국세 수입은 올해 전망치보다 약 41조 원 부족한 실정이다. 세수 펑크가 더 커진 것은 경기 악화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 부동산 거래 감소 등이 맞물린 탓이다.
갈수록 세수가 줄어드는 와중에 예산은 곳곳에서 새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에 육박하는 연간 30조 7000억 원의 연구개발(R&D) 예산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 지원 R&D의 98%가 성공하는데도 정작 사업화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니 R&D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나눠먹기와 건수 채우기로 성과 없이 흩어지는 예산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간다. 구조적으로 소요 예산이 자동 증가하는 분야도 있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달 30만 원 이상 지급하는 기초연금 지출액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2020년 기준 17조 원에서 해마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대로는 제도 유지가 어렵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게다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표심을 노린 선심 정책 경쟁으로 혈세를 낭비할 우려도 커졌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세수 부족은 아랑곳하지 않고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선거 과정에서 남발한 개발 사업 공약을 추진하느라 예산 지출을 늘릴 태세다.
나라 곳간에 큰 구멍이 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다이어트’를 강조하고 현금성 재정 지출을 ‘전형적인 미래 세대 약탈’이라며 경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재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지에 어긋나는 정치적 보조금과 R&D 등 각 분야의 예산 운용을 원점부터 재검토해 불필요한 재정 누수를 막아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을 자제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혈세가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꼼꼼하게 관리해 재정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