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7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역주행 중이다. 따뜻한 메시지와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한국적 요소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엘리멘탈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새벽 1시 기준 엘리멘탈은 관객수 13만 3195명(지난달 30일 기준)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수는 169만 2554명이다.
엘리멘탈의 흥행세는 지난주 주말 이후 가속화됐다. 개봉 당시에는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하며 아쉬운 시작을 보였지만 지난달 24일 1위를 차지한 후 기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범죄도시 3’ ‘플래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등 대작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엘리멘탈은 다양한 삶의 가치를 담은 메시지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메시지는 특히 2030 관객에게 남다른 의미를 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엘리멘탈은 파이어랜드에서 이민 온 주인공 ‘엠버’의 가족이 ‘엘리멘트 시티’에서 물·흙·공기 등 다른 원소들과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해가는 과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겁도 없이 너에게 뛰어들었고 우린 무지갤 만들었지’라는 한 누리꾼의 관람평은 온라인 상에서 큰 반향을 불러왔다. 트위터에서 이를 공유한 게시물이 1만 6000여 회 리트윗됐을 정도다.
4원소가 사는 상상 속 공간이 배경이지만 영화 곳곳에는 한국 문화의 향취가 숨어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피터 손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들어가 한국인이라면 한국적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엠버의 아버지가 물 원소인 ‘웨이드’에게 숯콩을 먹이는 장면이 한국 음식을 권유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식이다.
친구와 함께 엘리멘탈을 관람한 정다인(26) 씨는 “나이를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따스한 정서와 메시지가 있어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은 항상 챙겨보는 편인데, 엘리멘탈은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한국적 요소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면서 “영화 사이사이에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아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피터 손 감독은 GV에서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영화를 만들었다”라며 “뉴욕에서 자라며 여러 문화의 층이 켜켜이 한 공간에 쌓이게 되는 부분들을 영화에 담아내게 됐다. 4원소들이 저마다의 문화를 가지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디테일에 주목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외신도 엘리멘탈의 한국 흥행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영화전문지 데드라인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엘리멘탈이 한국에서 특히 강력한 흥행 성적을 보여주고 있으며, 한국시장에서 픽사 애니메이션으로는 인사이드 아웃, 토이스토리 4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주말 성적을 냈다”고 보도했다.
픽사 애니메이션이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을 기록하는 일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전작인 ‘코코’는 개봉주 3위로 시작해 개봉 3주차에 예매율 1위로 역주행했다. ‘주토피아’ 역시 개봉 후 4위로 시작해 4주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다양한 작품에 걸쳐 공감을 불러내고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픽사 애니메이션의 메시지가 역주행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