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인종차별 논란에 주변국 확산…유족 "폭력 멈춰달라"

■격화되는 프랑스 폭력시위

전국서 체포인원 3000명 달해

보건소 화재 등 폭력성 격화에

4만5000명 대테러 병력 투입

마크롱은 방독 취소 수습 주력


프랑스에서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데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5일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가 방화·폭동 등 폭력적인 형태로 격화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번 사태에 인종차별 문제까지 맞물리며 시위의 여파가 프랑스 주변국으로도 번져 유럽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일(현지 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밤사이 719명을 체포했다”며 “전국에서 경찰 45명이 다쳤고 차량 577대, 건물 74채 등이 불탔다”고 밝혔다. 시위는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나엘(17) 군이 교통 검문을 피하다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위가 촉발된 후 경찰에 체포된 인원은 3000명을 넘어선다.



시위대의 규모는 줄었지만 폭력성은 격화하고 있다. 이날 파리 남부 라이레로즈에서 시장의 자택을 신원 미상자들이 차로 들이받아 부인과 아이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북부 릴에서는 보건소가 화재로 완전히 파괴됐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 대응을 위해 파리·리옹·마르세유 등 3대 도시를 중심으로 4만 5000명의 병력과 장갑차·헬리콥터 등을 투입하고 있다. 가장 격한 충돌이 발생한 마르세유에는 헌병 대테러 특수부대 ‘GIGN’이 시위대 진압을 목적으로 투입됐으며 최루가스까지 동원됐다. 나엘 군의 할머니 나디아 씨는 프랑스 방송에서 “시위대가 나엘을 핑계 삼고 있다”며 “폭력과 파괴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난달 29일부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참석 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이던 마크롱 대통령은 공식 일정을 마치기도 전인 30일 귀국해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해당 기간 예정돼 있던 독일 국빈 방문 일정 역시 연기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국내 문제로 해외의 중요 일정에 차질을 빚은 것은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마크롱 대통령은 3일 양원 의장과 만나고 이어 4일 시위로 피해를 당한 220개 도시 시장들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로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외교적 입지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노란 조끼 시위, 올해 연금 개혁 반대 시위에 이어 나엘 군의 죽음과 폭동 시위라는 세 번째 비극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고조되는 위기가 마크롱 대통령을 시험대에 올릴 것”이라며 “소년의 죽음이 인종과 정체성, 경찰에 대한 논쟁을 재점화해 프랑스는 고통스러운 결정의 순간을 맞았다”고 전했다. 한편 알제리계 이민자 2세인 나엘 군의 죽음이 인종차별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위는 프랑스 국경 너머로 확산되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전날 스위스의 프랑스어권 도시 로잔에서 100명 규모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10대 청소년으로 경찰을 상대로 투석전을 벌이고 화염병을 던지는 등 폭력 시위를 이어갔다. 앞서 지난달 29일 브뤼셀에서도 시위가 방화·폭동 등으로 격화하며 10여 명이 체포된 바 있다.

정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