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퇴직연금 정조준…'자산배분형 펀드' 쏟아내는 운용사

KB 2종·미래에셋 1종 동시 출시

작년·올해 합쳐 상품 74개 달해

정기예금 이상 이자 수익률 꾸준

당분간 투자자 관심 이어질 듯


자산운용 업계가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본격 시행,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 배분형 공모펀드를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자산 배분형 펀드가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률을 꾸준히 낼 수 있는 안정적 투자처인 만큼 당분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이날 ‘KB글로벌대표지수분산’ ‘KB글로벌대표자산분산’ 등 ETF자문포트폴리오(EMP) 공모펀드 2종을 출시했다. EMP 펀드란 여러 개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분산 효과를 극대화한 상품이다.

KB글로벌대표지수분산펀드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50%, 나스닥100 10%, 유럽 유로스톡스50 20%,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20% 등 여러 지역의 대표 지수에 분산투자하는 전략을 쓴다. KB글로벌대표자산분산펀드는 전통적인 자산 배분 전략에 따라 글로벌 주식과 채권에 60%, 40%씩 나눠 투자한다. 주식의 경우 미국은 60%, 유럽과 신흥국은 각각 20%의 비율로 담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같은 날 EMP 펀드인 ‘미래에셋글로벌자산배분밸런스형 펀드’를 선보였다. 이 펀드는 주식에 50%, 채권·금에 나머지 50%를 각각 투자하는 상품이다. 주식과 채권·금의 비중은 3~12개월간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20% 안팎의 범위에서 조절할 수 있다.

관련기사



두 운용사의 EMP 펀드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펀드와 함께 대표적인 자산 배분형 상품으로 꼽힌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하는 시점(빈티지)에 맞춰 운용사가 주식·채권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상품이고, OCIO 펀드는 전문적인 자산 배분 기법과 운용 방식을 공모펀드로 구현한 상품이다.

최근 자산 배분형 펀드 출시에 나선 것은 비단 두 운용사뿐만이 아니다. 올 4월과 6월에도 한화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이 글로벌매크로퀀트EMP펀드와 OCIO 펀드 4종을 각각 시장에 내놓았다. NH아문디 시그니처OCIO펀드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아문디가 자산을 배분하고 NH아문디운용이 최종 포트폴리오를 구축·운용하는 상품이다. 소득형·성장형·혼합형·안정형 총 4종으로 구성돼 투자 성향·목적에 따라 적합한 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 한화 글로벌매크로퀀트EMP펀드는 1500여 개의 글로벌 거시경제 지표를 수집·가공해 이를 근거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글로벌 최대 규모의 독립 리서치 기관인 BCA리서치와 네드데이비드리서치(NDR)의 자문을 받아 운용한다.



펀드 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신규 설정된 TDF, EMP, OCIO 펀드는 총 74개에 달한다. 특히 OCIO 펀드는 전체 49개 중 36개가 지난해와 올해 신규 설정됐다. 지난해 4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으로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사업장의 적립금운용위원회 설치와 적립금운용계획서(IPS) 도입이 의무화되면서 해당 펀드에 대한 가입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운용사들이 이렇게 자산 배분형 펀드 출시에 속도를 내는 것은 급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36조 원 규모였던 퇴직연금 시장은 2030년 1000조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TDF·EMP·OCIO 등 자산 배분형 펀드는 이달 12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가운데 중위험·고위험 포트폴리오에 포함할 수 있는 상품이다. 투자자들이 연금 계좌에서 개별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협회 역시 자산 배분형 펀드를 퇴직연금 시장에서 업계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보고 대형 운용사들과 대표 상품 개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산 배분형 펀드가 퇴직연금 투자 용도뿐 아니라 최근 증시 불안을 피할 안전 투자처로도 각광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금투협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TDF의 누적 수익률은 15.7%로 같은 기간 물가 누적 상승률(11.6%)과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9.1%)을 웃돌았다.

차현우 KB자산운용 연금WM부장은 “코로나 이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커지면서 투자처를 고르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며 “자산 배분형 펀드는 연금 계좌에서 장기적으로 적립 투자할 경우 적은 위험 부담으로 정기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정다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