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할리우드 영화 '바비'에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이 반영된 장면이 나온다며 자국 내 상영을 금지했다.
4일 AFP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영화국은 오는 21일 개봉 예정인 ‘바비’를 극장 상영 목록에서 삭제했다.
영화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은 바비랜드에 살아가던 바비(마고 로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라이언 고슬링)과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가 그려지는 작품이다.
비 끼엔 타인 국장은 "영화에 '구단선'이 그려진 지도가 나오는 장면이 있어 심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남해 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인공섬을 건설한 뒤 군사 기지화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 등 인접국들과 영유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 중 베트남과의 갈등이 가장 첨예하다. 이에 따라 베트남 당국은 구단선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 대한 상영 및 방영을 금지해왔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3월 12일 톰 홀랜드 주연의 영화 '언차디드'의 베트남 상영 금지 결정을 내렸다. 중국이 남중국해가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하며 제멋대로 그어 놓은 '구단선'이 등장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언차티드'는 톰 홀랜드가 수백 년 전 보물을 찾아 세계를 누비는 보물 사냥꾼이 돼 다채로운 액션을 선보이는 영화다.
지난 2021년 7월에는 호주에서 제작된 첩보물 '파인갭' 드라마에 구단선이 등장하자 베트남 당국이 강력하게 항의했고, 결국 넷플릭스는 이 드라마의 베트남 내 서비스를 중단했다.
2019년 10월에는 구단선이 그려진 장면이 나오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어바머너블'(Abominable)도 상영이 중단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