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과점 체제를 완화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시중은행 전환 의사를 밝힌 대구은행이 ‘6대 시중은행’에 편입돼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할 첫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당국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등을 허용해 신규 플레이어를 늘리는 방식으로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기로 했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3사를 제외하고는 시중·지방은행에 대한 새로운 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지방은행 중에서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당국에 밝힌 상태다. 대구은행의 신청 시기 등에 따라 이르면 연내 전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아울러 요건을 갖춘 신청자가 나오면 언제든지 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정책을 바꾸기로 했다. 과거 인터넷전문은행 3개사 인가 당시에는 당국에서 인가 기업 수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뒤 심사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 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가 신청하면 언제든지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 범위도 확대된다.
다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특화은행들의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과 스몰라이선스(인가 세분화) 등은 개선안에 포함되지 않은 채 장기 과제로 미뤄졌다.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 논의도 연기됐다. 당국은 건전성 등을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TF 작업의 핵심은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경쟁 도입”이라며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금융 혁신 노력, 은행업 경쟁 촉진 방안 등이 조화롭게 추진되면 우리 금융 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