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가능 잔액이 부족합니다.”
5일 경기도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본점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은 고객 박 모(65) 씨가 예금을 인출하려고 하자 현금이 모두 소진됐다는 안내가 나왔다. 이 금고를 30년간 이용했다는 박 씨는 “요즘 새마을금고가 불안하다고 해서 예금을 인출하러 왔지만 찾을 수 없게 됐다”며 “옆에 있는 호평 지점에서는 2시간 기다렸는데도 현금을 못 찾아갔다더라”고 말했다.
대면 창구의 현금도 바닥난 상황이었다. 부실 대출 여파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가 이달 22일 인근 화도새마을금고에 인수합병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진데다 최근 연체율 급등으로 인한 불안감까지 더해지며 수많은 고객이 금고를 찾아 예금을 찾아갔기 때문이다. 금고 직원들은 예금을 현금으로 찾으려는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계좌 이체를 지원하고 있었다.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고객들의 불안감은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지역 금고에도 예·적금을 찾으려는 5~7명의 고객들이 번호표를 손에 꼭 쥐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창구에서는 2500만 원가량의 예금을 현금으로 찾는 고령의 고객도 눈에 띄었다.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어제 어머니가 예금을 다 빼셨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예금을 빼라고 알리고 있다” “예금 찾으러 금고 갔더니 직원이 울면서 빼지 말아 달라고 하더라” 등의 후기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전국 새마을금고 1294곳이 모두 부실한 것은 아니지만 자본적정성이나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는 개별 금고가 늘어나고 있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금고의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3.59%에서 올해 6월 6%대로 급증했다. 6월 29일 기준 새마을금고 대출 금액 총 196조 8000억 원 중 연체액은 12조 1600억 원(연체율 6.18%)에 이른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올해 4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 수신 잔액은 258조 2811억 원으로 2월 말 대비 6조 9889억 원 줄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올해 1분기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공시한 경영실태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본적정성 또는 자산건전성 부문에서 4등급 이하를 받아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은 금고 수는 30여 곳에 이른다. 일부 금고는 과거에도 같은 이유로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았으나 실적이 개선되지 못해 올해 같은 조치를 받기도 했다. 또 다인건설의 대구 및 경남 양산 지역 사업장에 집단대출을 실행한 대구 지역의 일부 금고도 경영개선권고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조치 내용도 심상치 않다. 경기도에 위치한 S 금고, N 금고, H 금고 등은 수익성이 낮은 사무소를 폐쇄하거나 다른 사무소와 통합을 검토하도록 했다. 또 대구 A 금고는 수신금리 수준을 제한하도록 했고 충남에 있는 C 금고는 대출 연체건에 대해 신속한 법적 조치로 채권을 회수하고 연체율 관리를 위한 신규 대출 심사를 강화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