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노레이블스 ‘제3 후보론’


2015년 10월 정치 단체인 ‘노레이블스(No Labels)’가 미국 뉴햄프셔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 조지프 최 씨가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미국이 대가 없이 한국을 수호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트럼프의 ‘안보 무임 승차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에 트럼프는 “당신은 한국인이냐”고 물은 뒤 “미국이 지불하는 비용에 비하면 푼돈”이라고 쏘아붙였다. 당시 언론들은 노레이블스가 마련한 유세 현장에서 트럼프의 편견과 몰상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노레이블스는 2010년 12월 ‘국가를 위한 시민 모임’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온건 중도주의 성향의 정치 단체다.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창립총회에는 대결 정치와 정치 양극화에 반대하는 1000여 명의 회원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 단체는 우파의 ‘티파티’나 좌파의 ‘무브온’과 달리 극단적 당파주의를 거부한다. 2018년에는 의회의 당파적 대결 구도를 무너뜨리기 위해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50여 명의 하원의원으로 구성된 ‘문제해결모임(PSC)’을 결성한 뒤 대화와 타협의 정치 실현을 촉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예산안 부결 사태가 길어지자 의원 세비 지급을 중단하는 법안을 제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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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레이블스가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제3후보를 추대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제3후보로는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과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 체제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을 파고들어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연합뉴스 등이 메트릭스에 의뢰해 1~2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제3지대 신당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7.7%에 이르렀다. 여당과 제1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언제든 ‘제3신당’의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정상범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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