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외국인 근로자 '지역 내 이직'만 허용…비수도권 인력난 '숨통'

◆정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사업장 변경 범위에 지역 추가

인력난 심한 업종 이직 더 제한

1년 이상 근무 땐 재입국 특례

노동계선 "기본권 제한" 비판

외국인들이 공항에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외국인들이 공항에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9월부터 고용허가제(E-9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특정 권역에서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사용자(기업 등)가 사업장을 변경한 외국인 근로자를 대체할 인력을 구하기도 쉬워진다. 외국인 근로자와 사용자가 서로 원하는 조건을 맞춰 일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더 벌고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지원 체계도 강화된다.







고용노동부 등 12개 정부 부처가 참여하고 있는 국무조정실 외국인정책위원회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비전문 외국 인력(E-9) 사업장 제도 변경안과 숙소비 기준 및 주거 환경 개선 방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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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의 핵심은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이다. 현재 업종만 적용되던 사업장 변경 허용 범위에 지역이 추가됐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는 수도권에서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식이다. 이 대책은 외국인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일감이 많아 임금이 높은 수도권을 선호하면서 비수도권의 구인난이 심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입국 후 1년 이내 최초 배정된 사업장에서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약 30%에 이른다. 고용부 관계자는 “수도권 인력 이동으로 인해 지역 소멸 위기가 심각하다”며 “조선업 등 인력난이 심한 세부 업종은 업종 내에서만 변경을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외국인 근로자 공백을 메우기도 쉬워진다. 앞으로 사용자는 입국 초기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경우 내국인을 구하기 위해 7~14일을 노력해야 한다는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단 사용자의 책임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때는 예외다.

외국인 근로자와 사용자가 서로 더 나은 사업장과 근로자를 찾기도 쉬워진다. 정부는 양측에 사업장 변경 사유와 이력을 제공하기로 했다. 양측이 근무 태도가 나쁘거나 일터가 열악한 사업장을 피할 수 있도록 해 사업장 내 갈등을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와 사용자가 서로 원하는 상대를 만날 기회도 넓힌다. 외국인 근로자 입국 전 직무 내용, 사업장, 근로자 능력 등 세세한 정보가 근로자와 사용자에게 제공된다.

정부는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으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고용부는 월 통상임금의 8~20%로 설정한 숙소비 징수 상한을 없애고 지역 시세별로 노사가 숙소비를 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노사가 합리적인 수준을 찾도록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방침이다. 그동안 노동계는 숙소비 징수 상한이 외국인 근로자의 저임금을 낳는다며 폐지를 요구해왔다.

또 정부는 공공 기숙사를 적극적으로 설치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고용 한도를 높이는 등 근로자의 주거 환경 개선 문화를 조성할 방침이다. 업무 능력이 뛰어난 외국인 근로자는 앞으로 다양한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는 4년 10개월간 동일한 사업장에서 근무할 때 주어지던 재입국 특례 기준을 최초 사업장 1년 이상 근무로 완화한다. 또 동일한 사업장에서 2년간 근무하면 출국할 필요 없이 계속 근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정책이 일관성 있고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컨트롤타워도 만든다. 위원회는 이날 정책 관계 부처 차관들이 참여하는 외국 인력 통합 관리 추진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외국 인력 관리 통합 방안을 만들라는 지시의 후속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TF는 매월 회의를 열어 외국 인력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산업 수요에 대응한다”고 말했다.

노사는 사업장 변경제를 두고 늘 대립해왔다. 경영계는 이번 대책을 두고 구인난에 숨통을 틔웠다고 반기면서도 아쉽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경영계는 사업장 변경 금지나 악의적 근로자에 대한 강제 출국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 대책이 근로자의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권역별 지역 내 사업장 변경 허용은 정부가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다음 주 이번 대책을 비판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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