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스케일업 리포트] "55조 블루오션 뚫자" 외식업 식자재 新플랫폼 도전

◆스마트푸드네트웍스

식당에 전국 각지 식자재 유통

기존엔 여러 유통업체에 따로 발주

플랫폼으로 한 곳서 편하게 주문

매출 1년새 257억 → 950억 껑충

플랫폼 출시 전 물류사업 '포석'

IT기술만으론 성공 어렵다 판단

전국 물류센터 기반 콜드체인 구축

수백가지 식자재 신선 보관·배송

김민정 스마트푸드네트웍스 대표. 사진 제공=스마트푸드네트웍스김민정 스마트푸드네트웍스 대표. 사진 제공=스마트푸드네트웍스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한 이후 등장한 수많은 모바일 플랫폼들은 인류의 경제 활동 양상을 뒤바꿨다. ‘아이폰 모먼트(iPhone moment)’라고도 불리는 지난 15년여 동안 전통 경제의 디지털·플랫폼화는 대부분 이뤄졌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아직 개척되지 않은 거대한 영역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반론 또한 존재한다.



2020년 7월 설립된 스마트푸드네트웍스(SFN)는 “아직 변화는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에 서 있다. SFN이 공략하는 시장은 연간 55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외식업 식자재 시장이다. 쿠팡, 컬리 등이 B2C(기업 대 소비자) 각 가정에 식품·생활용품·뷰티제품·전자제품을 배송하는 영역까지 도달했지만 전국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수많은 식당들이 매일 사용하는 식자재를 조달하는 시장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었다. SFN은 이 분야의 혁신을 이끌어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창업한 지 불과 3년 된 기업이지만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2021년 257억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950억 원으로 껑충 뛰었고, 올해는 3000억 원 이상 매출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리즈B 라운드에서는 초기 투자 금액으로는 이례적인 4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산업은행, 노앤파트너스, 레드배지퍼시픽 등 전년도 시리즈A 라운드 때 투자했던 기업들이 모두 참여했고 하나금투PE, 에버베스트파트너스, KB증권, 이앤인베스트먼트, 시그나이트 투자 기관 및 벤처캐피털(VC)이 새로운 투자자로 뛰어들었다.

식자재 플랫폼 ‘차별화상회’ 고객 5000여곳 확보


SFN의 사업모델은 크게 두가지다. 식당 대상 식자재 유통 사업인 ‘차별화상회'와 콜드체인 풀필먼트인 ‘프레시고’가 그것.

차별화상회는 외식업에 쓰이는 각종 식자재를 직매입해 보관한 후 콜드체인 물류를 통해 전국 각지 식당에 배달하는 서비스다. 현재 차별화상회는 파스타면 127종, 햄·소시지 등 161종, 소스·드레싱 337종, 치즈 129종 서양식 식자재들 주로 공급하고 있다. 출시 약 1년 만에 5000여 곳의 식당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민정 SFN 대표는 “기존 식자재 시장에서는 한 식당에서 5~6곳의 소규모 유통 업체에 일일이 발주를 넣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식자재 플랫폼을 구축해 한 곳에서 간편하게 주문하고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차별화상회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서양식 식자재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한식, 중식, 일식 등으로 대상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상회 서비스는 단순한 사업 모델 같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직매입 유통은 고객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는 있지만, 필연적으로 재고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 한정된 물류센터 공간 내 팔리지 않는 물건이 쌓이거나, 수요가 몰리는 물품을 충분히 구비해놓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 또 식품은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폐기 리스크도 존재한다. SFN은 이같은 어려움을 물류 전문성으로 극복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사용자 편의를 높이는 정보기술(IT)만으로는 절대로 외식업 식자재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수요가 많은 식자재를 선별해 물류창고에 구비하고 이를 신선한 상태로 보관·배송하는 물류 시스템을 함께 갖춰야만 하는데 SFN은 물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식자재 유통 플랫폼 출시 전 물류센터를 전국 각지에 구축하고 프레시고 사업을 먼저 시작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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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업인 프레시고는 오산·양지·영남·호남·제주에 있는 전국 5개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콜드체인은 상온·냉장·냉동 등 특정 온도 범위 내에서 화물을 저장·운송하는 물류 시스템을 말한다. 풀필먼트는 물품 주문부터 배송까지 모든 업무를 일괄 처리하는 물류 방식이다. SFN은 전국 각지의 맛집이나 프랜차이즈가 생산한 ‘레스토랑 간편식(RMR)’ 등 밀키트를 가정에 배달하고 제품의 크기나 무게에 따라 배달료를 받는다. 자체 물류 시스템은 갖추지 못한 유명 맛집이나 프랜차이즈들이 주요 대상이다.

물류 전문성 확보 후 IT 접목이 통했다


SFN은 식자재 유통 플랫폼을 안착시키기 위해 물류 사업에 먼저 진출해 전문성과 경쟁력을 쌓았다. SFN은 2020년 설립 후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를 먼저 구축했고, 콜드체인 플필먼트 사업 프레시고를 런칭했다. 식자재 유통 플랫폼 출범은 그 다음인 2022년이었다. 이후 ‘노랑통닭’ 등 유명 프랜차이즈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전문 기업 에쓰프레시를 인수했다. 김 대표는 “시장 규모가 55조 원에 이르는 외식업 식자재 유통 시장 진출을 목표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았다"며 “물류센터를 임차해 비용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프레시고 사업으로 매출을 내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인재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유통 대기업에서 수십 년 경력을 쌓은 인재들을 영입해 공급망 관리(SCM), 영업 등 물류 분야 팀장을 맡기고 전권에 가까운 권한을 줬다. 사업 기획 관련 인력 또한 대기업에서 다수 영입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를 출신으로 SK플래닛, 한화 갤러리아, 한국IBM을 거쳤다. 본인이 사업 기획·유통·IT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SFN은 외식업 식자재 플랫폼을 넘어 식당 운영·브랜딩·확장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성공하는 식자재 플랫폼 고객을 계속 배출해 충성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이라며 “개점한 후 수년 내 폐업하는 식당이 많은 국내 외식 시장이 보다 성숙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장기 비전”이라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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