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디지털 시대’ 디지털 손보사 정의부터 바꾸자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얼마 전 ‘챗GPT’에게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챗GPT’는 디지털 손보사를 이렇게 정의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플랫폼으로 고객에게 보험을 제공하는 회사로 자동화와 데이터 분석, 그리고 인공지능을 통해 보험 업무를 혁신시키는 기업”이라고.

세계 최초의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꼽으라면 아마 2015년 미국에서 설립된 레모네이드를 언급할 것이다. 레모네이드는 모바일 채널을 통해 주택 화재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인공지능을 최대한 활용해 사람의 손이 최소화된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챗 GPT’의 디지털 손보사에 대한 정의는 여러모로 레모네이드와 닮아 있다.



국내 첫 디지털 손보사로 이름을 올린 것은 2019년 설립된 캐롯손해보험이다. 그 이후 디지털 손보사가 하나둘 늘면서 지금은 카카오페이손보, 하나손보, 그리고 신한EZ손보까지 적지 않은 손보사가 ‘디지털 손보사’로 불리고 있다. 또한 교보생명 등 새롭게 손보사업 진출에 관심이 있는 회사들조차도 디지털 손보사업을 해보겠다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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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에서 디지털 손보사는 ‘챗 GPT’의 정의, 최초의 손보사인 레모네이드와는 다르게 대중들에게 인식돼 있는 듯하다. MZ세대를 겨냥해 자동차보험이나 소액 단기 보험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비대면 방식으로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가진 회사, 즉 판매채널 측면에서 변화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우리 국민들에게 각인된 디지털 손보사의 이미지다.

자동화와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을 통한 혁신 기업은 사라지고 판매 분야로만 국한시켜놓은 셈이다. 실제로 최초의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보와 카카오페이손보 역시 매출의 90% 이상을 비대면 방식으로 판매해야 하는 ‘통신판매 전문보험회사’로 분류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디지털 손보사를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단순히 디지털 보험사를 ‘통신판매회사’로 취급하는 것은 억울한 면이 있다.

디지털 손보사의 존재 이유는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한 판매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기업과 사회의 혁신이다. 디지털 기술과 다양한 채널들을 이용해 보험을 판매해 고객에게 ‘편리함’을 주고 데이터 분석 기반의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기업을 ‘디지털’스럽게 운영해 ‘효율적’인 운영 모델을 구축하며 마지막으로 인공지능·머신러닝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지금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예견하고 막아 고객 경험의 ‘만족도’를 높이는 보험사가 디지털 손보사의 목표가 돼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대형 보험사와 정보기술(IT)회사 등 다양한 회사들이 디지털 손해보험이라는 사업영역에 진출하거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여러 회사의 도전적인 시도를 응원하며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혁신과 사회 안전망을 고민하는 보험사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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