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가요계는 2~3세대 보이 그룹의 동창회다. 2000년대 후반~2010년 초반에 데뷔해 2010년 중·후반을 주름 잡은 보이 그룹들이 속속 컴백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공백 없이 솔로로, 그룹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샤이니와 틴탑부터 아주 오랜만에 그룹으로 돌아온 유키스, 군백기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리부트를 예고한 인피니트까지, 강렬한 후크송과 개성 있는 시도로 국내 케이팝의 부흥을 이끌었던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과거의 영광을 기념하고 현재의 반가움을 즐기며, 미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모두가 올라운더로 성장... 관록의 샤이니
샤이니는 지난달 26일 정규 8집 '하드(HARD)'로 컴백했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붐뱁, R&B, 90년대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믹스한 하이브리드 힙합 댄스 곡으로, 강렬한 피아노 연주와 샤이니의 파워풀한 보컬이 돋보인다. 멤버들은 색색의 헤어 피스와 비니 등 힙합 스타일링으로 개성을 살렸다.
이 앨범은 샤이니가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며, 멤버들 스스로 음악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신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 2008년 컨템포러리 그룹을 지향하며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한 이들은 '산소 같은 너', '링딩동', '루시퍼', '드림 걸', '뷰' 등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어떤 장르든 샤이니라는 이름으로 변주해 팬들에게 '새로움'과 '익숙함'이라는 매력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샤이니 멤버들은 차례로 군백기를 가지면서도 각자 솔로 음반으로, 방송 활동으로 꾸준히 그룹의 공백기를 메꿔왔다. 종현의 부재와 온유의 활동 중단으로 15주년 앨범에는 민호, 키, 태민 3인만이 활동하게 됐다. 그러나 이들은 두 사람의 공백을 너끈히 채울 수 있을 만큼 퍼포먼스, 보컬, 랩, 모든 면에서 완벽한 실력을 자랑했다. 특히 데뷔 초 랩 포지션이었던 민호는 발라드 곡에서 고음까지 소화하는 올라운더 멤버가 됐다. 이는 멤버들이 15년 간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회사일 내려놓고 아이돌로 복귀... 추억의 유키스
'만만하니', '시끄러!!' 등 강렬한 후크송으로 역주행 신화를 쓴 유키스가 완전체로 모였다. 약 5년 만이다. 리더 수현을 필두로 멤버 기섭, 훈, 알렉산더, AJ(시윤), 일라이가 합류하며 6인조로 컴백하게 됐다. 데뷔 멤버인 기범, 케빈, 동호와 준은 합류하지 않았지만, 흩어져 있던 멤버들이 모여 6인조로 팀을 재정비해 하나의 완성된 앨범을 발매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일례로 일라이는 미국에서 개인 사업을 하다가 유키스 15주년 활동을 위해 귀국했고, AJ는 금융권 회사를 다니다 다시 돌아왔다.
유키스는 지난달 28일 데뷔 15주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신보 'PLAY LIST(플레이 리스트)'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갈래'는 유키스를 있게 한 강한 콘셉트와는 정 반대의 느낌이다. 떠나고 싶다는 심플한 메시지와 멜로디를 가진 곡으로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편히 들을 수 있다. 그간 세다 못해 뾰족한 메시지로 개성을 드러냈던 멤버들은 "이제는 서머킹으로 불리고 싶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멤버들은 여섯 명이 모인 지금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의견이다. '그 시절' 아이돌답게 쇼케이스 같은 행사를 처음 해본다고 쑥스러워하던 멤버들은 현장에서 MC가 몇 번이고 멘트를 정리해야 할 정도로 신이 나 있는 모습이었다. 수현은 "솔직히 다음 활동 계획은 없지만, 이번 노래가 잘 된다면 무조건 다음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팬들의 많은 응원과 관심을 당부했다.
◇14년차지만 전원 20대... 여전한 생기 뽐내는 틴탑
유키스와 마찬가지로 강렬한 콘셉트를 자랑하는 틴탑이 3년 만에 컴백했다. 4일 발매한 '틴탑 포슈어(TEEN TOP [4SHO])'는 '틴탑이 팬들에게 전하는 약속'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앨범으로, 오랫동안 틴탑을 응원해준 엔젤(팬덤명)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강조했다. 타이틀곡 '휙(HWEEK)'은 틴탑 특유의 빠르고 경쾌한 스텝을 잘 살린 댄스곡이다.
틴탑은 앞서 멤버 캡과 엘조가 탈퇴하며 그룹을 재정비했다. 이번 신보는 천지, 니엘, 리키, 창조 4명의 멤버로 처음 발매하는 앨범이자 3년 만의 앨범으로 반가움을 더한다. 특히 이들은 평균 16세의 나이에 데뷔해 데뷔 14년차가 된 지금까지도 전원 20대라는 연령을 자랑한다. 속된 말로 '아재' 냄새가 없다. 멤버들은 이전과는 달라진 점으로 '체력'을 꼽았지만, 그들의 잔망스러운 발재간은 여전하다.
틴탑은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예고했다. 우선 컴백 직후인 오는 15일과 16일 양일간 서울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단독 콘서트 '2023 틴탑 위고 락잇 드랍잇 탑잇 헤이돈스탑잇 팝잇 라이브(2023 TEEN TOP we gonna rock it it top it hey don't stop it pop it LIVE)를 개최한다. 재미있는 공연명은 틴탑의 히트곡 '장난아냐'에서 따왔다. 천지는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할 계획이다. 우선 한국 공연이 끝난 후 해외 다양한 곳을 다니며 팬 분들을 찾아뵐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룹 활동 위해 회사까지 설립...본격 2막 예고한 인피니트
지난 2021년 멤버 성종이 제대하며 멤버 모두가 국방의 의무를 끝마친 인피니트가 본격적인 완전체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앞서 리더 성규는 인피니트의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 이중엽 대표에게 '그 해 여름', '인피니트' 상표권을 양도받아 인피니트 컴퍼니를 설립하는 등 인피니트 활동의 제반을 마련했다. 성규는 이에 대해 "인피니트의 활동만을 지원해 줄 회사가 필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진행한 데뷔 13주년 기념 라이브 방송에서 "기다려준 팬들에게 멋진 활동으로 보답하겠다"라며 컴백을 암시한 인피니트는 이달 말인 31일 새 앨범을 발매한다. 5년 만의 완전체 활동이다. 앞서 '내꺼하자', '파라다이스', '추격자' 등 명곡을 남긴 만큼 신보에 대한 음악적인 기대치도 높다. 솔로 음반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김성규와, 배우로 승승장구중인 L(김명수) 등이 가세해 탄탄한 실력을 입증할 계획이다.
틴탑, 유키스처럼 인피니트도 컴백 후 오프라인 공연으로 팬들을 찾는다. 인피니트는 다음달 19일과 20일 '2023 인피니트 콘서트 '컴백 어게인'(2023 INFINITE CONCERT 'COMEBACK AGAIN')' 단독 콘서트를 열고 한국의 팬과 만난다. 이후 8월 27일에는 요코하마, 9월 2일 타이베이, 9월 9일 마카오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인피니트가 단독 콘서트를 여는 건 무려 7년 만으로, 오랜 시간 인피니트의 완전체와 음악을 기다렸던 팬들에게는 단비 같은 공연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