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상승세로 돌아섰다. 공장 매각 등 생산 설비 효율화와 세단 위주의 차종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 차로 넓힌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9일 현대차의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현대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12만 3259대로 지난해 상반기(10만 9100대)보다 13% 늘었다. 현대차의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것은 2019년(0.5%)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두 자릿수 증가도 2013년(37%) 이후 10년 만이다.
중국 시장은 현대차에 ‘아픈 손가락’이다. 2002년 첫 진출 이후 2016년 판매량 113만 대로 정점을 찍을 때까지 중국은 희망의 땅이었다. 현대차는 현지에만 다섯 곳의 공장을 세우며 연간 생산 능력을 165만 대까지 늘렸고 점유율도 7%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며 상황이 바뀌었다. 그해 중국 판매량이 28% 급락한 데 이어 매년 전년 대비 두 자릿수씩 판매량이 빠졌다. 지난해에는 25만 6400대까지 쪼그라들며 중국 진출 20년 만에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반등한 배경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공장 매각과 가동 중단 등 생산 설비 효율화에 나섰다.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충칭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올해 나머지 공장 3곳 중 창저우 공장의 가동을 추가로 중단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수익성이 좋은 차종으로 라인업도 개편했다. 세단 위주에서 SUV와 고급 차 중심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현지 SUV 모델인 투싼 L과 ix35는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29% 늘어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 지난달 새로 출시한 중국 전략 SUV ‘무파사’도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중국에서 고성능 N 라인업인 ‘더 뉴 엘란트라 N’을 새로 선보인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현지 생산 전기차 모델도 현재 1개 차종에서 최소 4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아도 올해 11월께 EV5 출시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6개의 전기차를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국에서 부진한 것은 사드 사태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동안 애매한 가격과 상품성으로 회사 스스로 자처한 측면도 있다”며 “공장 매각과 수익성 높은 차종 중심으로 전략을 대폭 수정하면서 현대차가 중국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