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다룬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The Days)’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6월 1일부터 세계 각국에서 공개됐으나 한국만 제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드라마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7일간의 긴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국내 일부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문제에 따른 정치적 압력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7월 20일부터야 한국에서 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일본 비디오물에 대한 낡은 규제 때문이었다. 2000년대 시행한 일본 대중문화 개방정책에 따라 앞서 정부는 일본 영상물 중 영화에 대해서는 ‘등급’ 분류를 통해 유통을 시작했지만, 영화관용 영화를 제외한 드라마나 예능, 비영화관 영화는 아예 분류 대상에서 빠져있다. 이에 따라 이들 일본의 드라마와 예능 등 비디오물은 영화관서 잠깐 상영 등의 우회적 통로를 통해 먼저 ‘영화’로 등급 분류를 받고 국내에서 송출돼 왔다.
이는 최근 OTT·IPTV 등이 활성화되면서 문제를 노출시켰다. ‘영화’ 등급 분류에 시간이 걸리면서 일본 비디오물은 즉시 국내 개봉이 안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는 일본 비디오물도 기존 ‘영화’가 아닌 ‘비디오물’로 등급 분류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경우 ‘더 데이스’ 같은 드라마도 등급분류를 받은 후 곧바로 OTT를 통해 국내 방송이 가능하게 된다.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의 신청에 따라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일본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분류를 9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일본 ‘비디오물’이 ‘영화’ 등급분류를 위해 드라마 등을 영화관에서 심야시간 편법 상영하는 등의 불합리한 사례들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선정성이 과도한 비디오물의 유통은 기존의 제한관람가 등급 제도에 따라 제한된다. 2022년 영등위의 등급분류를 받은 전체 성인물 3970편 중 국내물이 2489편(62.7%)으로 가장 비중이 높으며, 일본물은 1347편(33.9%)으로 국내물 다음으로 많이 유통되고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은 ‘제한관람가’ 등급을 두고 있어 ‘선정성의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 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는 비디오물에 대해서는 영등위가 유통을 제한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제한관람가 등급분류는 법상 영등위만 할 수 있으며 자체등급분류사업자는 권한이 없다.
영등위는 9월부터 변경되는 제도에 앞서 비디오물등급분류소위원회 내 성인물 전담반을 신설하고, 성인물 등급분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시스템과 심의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2021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등을 비롯한 K콘텐츠의 2021년 일본 수출액은 18억 달러로 일본 문화콘텐츠의 국내 수입액인 1억 2천만 달러보다 약 15배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