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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3차 대전 경고’…우크라에 지원하는 ‘집속탄’ 뭐길래[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동맹국 반대에도 미국, 우크라에 집속탄 지원 승인

美 “국가 안보 상황에서 무기 수출 제한에 관계없어”

푸틴 최측근 “미 집속탄 지원 현실화, 3차 대전 의미”

아이러니하게…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에 집속탄 사용

집속탄,?폭탄 속의 폭탄으로 ‘모자(母子)폭탄’으로 불려

살상 면적은 최대 2만2500㎡(6900평)…순항미사일 수십배

자탄 수백발이 떨어지는 모습에 ‘강철비(Steel Rain)’로 명칭

집속탄 2차 세계대전 때 첫 사용…민간인 8만여명 사망 추정

미 오바마 정부, 라오스에 피해보상금 9000만 달러 내놓아

120개국 집속탄 사용 금지 협약(CCM) 서명…미국,한국은 빠져

한화서 분리된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KDI)·풍산 2곳서 생산

韓, KCBU-58 항공폭탄·CBU-105 항공폭탄 등 8가지 집속탄 보유

자료: 위키피디아 영문판자료: 위키피디아 영문판




미국이 러시아와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집속탄 지원을 승인하면서 국제적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국내법으로 사용 및 생산, 반출을 엄격히 제한한 집속탄 지원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CNN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집속탄 지원 결정에 대해 “내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동맹을 비롯해 의회와 상의해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탄약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집속탄 지원은 국방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영구적이 아니라 미국이 155mm 곡사포용 포탄을 충분히 생산할 때까지 과도기에만 이뤄질 것”이라고 한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도 집속탄은 비인도적 살상력라며 미국의 지원에 우려와 반대를 표시하고 나섰다.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영국과 캐나다, 스페인 등은 일제히 미국의 방침에 반대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영국은 집속탄의 사용과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한 관련 협약에 서명한 국가”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도 “특정 무기와 폭탄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없다”고 지적했고, 캐나다 정부도 성명을 통해 “집속탄이 민간 특히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끊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민주당 하원 진보 모임 소속 19명이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결정에 대해 중대한 국가 안보 상황에서 무기 수출 제한에 관계없이 대통령이 원조를 단행할 수 있다는 대외원조법 예외 조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집속탄을 마지막으로 사용했다.

사진 제공=나무위키 캡처사진 제공=나무위키 캡처


미국의 집속탄 지원 승인에 대해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디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이 지원이 실현된다면 3차 세계대전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시아 대통령까지 지낸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도대체 바이든은 왜 이러나”라며 “그는 심각한 치매를 앓고 있는 병든 노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원색적인 비방을 쏟아냈다. 이어 “아니면 그는 우아하게 세상을 뜨기로 결심한, 죽어가는 할아버지일 수도 있다”며 “인류의 절반을 자신과 함께 저세상으로 데려가려고 ‘핵 아마게돈’을 도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결정을 성경에서 묘사된 인류 최후의 전쟁, ‘아마겟돈’에 빗대며 미국이 무차별 살상무기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경우 러시아가 전술핵 카드를 뽑아 들 수 있다는 위협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미국의 집속탄 제공 결정에 대해 “전쟁을 지연시키기 위한 공격적 정책의 한 예”라며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포함한 사상자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 역시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점령된 영토를 해방하고 국민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는 집속탄을 러시아 점령지 탈환에만 사용할 것이며 러시아 영토에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아이러니하게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 집속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바흐무트, 리시찬스크, 하르키우 등 동부 도시를 초토화하는 과정에서도 집속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며 국제 인권단체들이 비판을 받았다. 사실로 러시아는 집속탄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나라중 한 곳이다.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돈바스 내전 당시에도 집속탄을 사용했다. 러시아 집속탄의 불발률은 40%로, 평균 불발률 2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레바논에서 발견된 집속탄. 안에 600여개의 새끼 폭탄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2006년 레바논에서 발견된 집속탄. 안에 600여개의 새끼 폭탄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집속탄(集束彈, cluster bomb 이 뭐길래 제3차 세계대전까지 운운하며 갈등을 빚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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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속탄은 폭탄 속의 폭탄으로 ‘모자(母子)폭탄’으로 불린다. 한마디로 용기 안에 작은 폭탄이 수십~수백 개가 들어있는 폭탄이다. 타이머에 의해 폭탄이 공중에서 터지면서 작은 폭탄이 넓은 지역에 퍼지는 효과를 낸다. 즉 폭탄 하나로 여러 개 폭탄을 쓴 것 같은 위력을 발휘한다. 목표물을 하나로 특정하지 않고 그 주변을 한 번에 폭격할 때 용이하다. 예컨대 대규모인 적군이나 진지를 겨냥할 경우를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처럼 하늘에서 자탄 수백발이 떨어지는 모습에 ‘강철비(Steel Rain)’라고 불리기도 한다.

집속탄은 아주 넓은 범위로 자탄(子彈)이 퍼지기 타에 대피하기도 어렵다. 집속탄 한 발의 위력은 축구장 3개를 초토화할 수 있고 1개 중대 병력을 한꺼번에 살상할 수 있다. 살상 면적은 최대 2만2500㎡(6900평)에 이르러 표적을 정하고 목표물을 타격하는 ‘순항미사일’의 폭발 범위가 약 1000㎡(300평)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수십 배 차이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속탄의 장점은 곧 단점이기도 하다. 불특정한 다수를 겨냥한 대량살상에 아주 용이하지만 적이 점령한 마을 내에 민간인도 있어 민간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듯 막대한 민간 희생을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집속탄은 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것이 시발점이다. 됐다. 이때 집속탄으로 민간인 5만5000에서 8만60000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기간인 1964~1973년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에 약 2억7000만 개의 집속탄을 사용했다. 문제는 집속탄은 30%가 불발탄으로 전쟁이 끝난 뒤에 남기는 상처도 더 크다. 대표적인 피해 지역이 라오스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은 북베트남(베트공)이 물자를 라오스를 통해 들여오자 라오스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다. 9년간 60만번의 폭격, 200만 톤의 폭탄이 투하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오스에 투하된 집속탄 중 폭발한 것은 지난 50년 간 0.47%에 불과하지만, 사망자 수는 1만1000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오스에는 현재도 폭발하지 않은 99% 이상의 집속탄들이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곳곳에 남아있다. 이 같은 피해로 결국 미국은 피해 보상까지 하게 됐다. 오바마 미 대통령 시절 라오스의 상흔을 치유하게 위해 불발탄 제거를 위해 9000만 달러, 우리돈 995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국제 대표단과 활동가들이 지난 2011년 9월 12일 집속탄이 쌓여 있는 레바논 남부도시 라바티에의 군기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국제 대표단과 활동가들이 지난 2011년 9월 12일 집속탄이 쌓여 있는 레바논 남부도시 라바티에의 군기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악마의 무기’로 불리는 집속탄을 퇴출하기 위해 전 세계는 일찍감치 노력해 왔다.

2006년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군이 사용한 집속탄의 40%가 불발되고, 이후 민간인 피해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2007년 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46개국이 모여 최초로 집속탄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자는 ‘오슬로 선언’을 채택했다. 유엔은 2010년에 120개국은 집속탄 사용 및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유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했다. 벨기에·아일랜드·이탈리아 등은 집속탄 업체에 대한 투자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프랑스·노르웨이·스웨덴 등 유럽 연기금들도 집속탄 업체에 투자를 중단하도록 했다.

반면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한국과 폴란드, 이스라엘도 국내 안보를 이유로 집속탄 금지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도 집속탄 생산 국가이기도 하다.

이번 미국 정부의 결정은 CCM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2017년부터 국내법을 통해 불발탄 비율이 1%를 넘는 집속탄의 생산 및 이전, 사용을 금지 중이다. 다만 해당 법에는 면제 조항이 없지만, 미국의 중요한 국가 이익에 부합되는 경우 무기 수출 제한에 관계없이 원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대외원조법 조항을 근거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있는 대목은 집속탄을 버리지 않는 나라 중에 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집속탄 투자국 2위로 평가받고 있다.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 보유국가란 오명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이 집속탄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북한과 대치하는 분단이라는 명분 때문이다. 병력 규모면에서 북한에 뒤지는 우리나라가 전시에 북한의 대규모 병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선 집속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네덜란드 비정부기구 팍스(Pax)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에 집속탄을 생산하는 업체는 모두 8개사인데 우리나라에선 2곳이 포함됐다. 한국에서 집속탄을 생산하는 업체는 한화그룹에서 분리된 법인인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KDI)와 풍산 2곳이다.

방산 업계에 따르면 납품되어 군이 보유 중인 집속탄으로 분류되는 제품은 8가지 정도로 알려졌다. 155mm K310 DPICM-BB(항력감소 이중목적 고폭탄), 155mm KD515 RAAMS 지뢰살포탄, 155mm 전단살포탄, M26 로켓, ATACMS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II 지대지 탄도미사일, KCBU-58 항공폭탄, CBU-105 항공폭탄 등이다.

최근에는 첨단기술 발전로 단순히 수백개의 자탄을 흩뿌리는 형태에서 센서를 갖춘 자탄이 미사일처럼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지능형으로 개선되고 있다. CBU-105집속탄의 경우 10개의 BLU-108 자탄을 탑재하는데 BLU-108는 4개의 ‘스키트’라 불리는 지능형 자탄을 갖고 있다. CBU-105 1발이 총 40개의 스키트를 갖고 40대의 적 전차·장갑차·차량 등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는 CBU-105 확산탄을 최대 15발까지 탑재가 가능하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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