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면역 체계를 활용한 면역 항암 치료는 최근 종양학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암 백신과 세포 치료가 차세대 치료법으로 각광 받는다. 암 백신이 효과가 있으려면 돌연변이 단백질인 신생 항원과 주조직적합성복합체(MHC·단백질을 암호화하는 거대한 유전자군) 단백질이 결합해 T 세포 면역반응을 유발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암 백신 개발은 신생 항원과 MHC의 물리적 결합을 예측하는 데 한정됐다. 결합체가 실제로 T 세포 면역반응을 일으키는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7월 수상자인 최정균(47)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암 백신과 세포 치료 등 차세대 면역 항암 치료의 타깃(목표)을 발굴하고 공동 창업(㈜펜타메딕스)을 통한 실용화를 추진해왔다.
최 교수 연구팀은 개인 맞춤 치료용 암 백신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신생 항원 예측 AI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는 T세포를 통해 면역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생 항원-MHC 복합체를 예측하는 최초의 기술로 꼽힌다. 연구자들이 플랫폼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웹서비스 ‘딥네오’도 구축했다.
연구팀은 정상 세포와 암세포 간 유전자 발현 양상의 차이를 구분하는 AI 방법론을 통해 암세포만 정확하게 공략하는 스마트 면역 세포 치료제의 핵심 기술도 확보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고안된 키메라항원수용체(CAR)를 장착한 면역 세포가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암세포만 선별해 파괴할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올해 초 대규모 단일 세포 유전자 발현 데이터의 AI 기반 탐색을 통해 고형암 CAR-T 세포 치료를 위한 이상적인 조합 타깃을 찾을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CAR는 암이 가지고 있는 특이 항원을 인지하는 수용체를 T 세포가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암을 공격하는 치료 기술이다. 하지만 혈액암과 달리 고형암은 항원의 양상이 복잡하고 정상 세포와 구별이 어렵다. 치료에 효과적인 항원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최근 스마트 세포 치료라는 개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통해 AI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듯이 스마트 세포가 암세포의 항원 양상을 정상 세포와 구별할 수 있다.
연구팀은 1,000여 명의 암환자로부터 수집된 수백만 개의 개별 세포가 가진 항원 양상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정상 세포와 구별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특히 두 개의 유전자 조합을 컴퓨터 논리 회로를 통해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CAR 세포용 조합을 찾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최 교수는 “암은 돌연변이와 진화 과정을 통해 수많은 악성 세포를 만든다”며 “암 환자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처음으로 스마트 세포를 만들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최근에는 AI 기술로 치료용 메신저리보핵산(mRNA) 항암 백신 타깃을 선정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최 교수는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암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는 기술의 수준을 높이겠다”며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앞서 나가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