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국내 자산운용 업계도 관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도 미국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힘을 실으면서도 금융 당국이 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암호화폐 ETF 도입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르면 이달 첫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 SEC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해 인베스코·피델리티·위즈덤트리·반에크·아크 인베스트 등 다수의 자산운용사가 암호화폐 현물 ETF 승인 신청을 낸 상태다. 블랙록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SEC가 내용 불충분과 정보 부족 등을 이유로 ETF 상장을 불허하자 이달 초 신청서를 다시 냈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암호화폐 ETF 상장 신청이 봇물을 이루는 만큼 현지 증권 당국이 언젠가는 1호 승인 사례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 직후부터 한국에서도 관련 상품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에 암호화폐 ETF 상장 사례가 나올 경우 이는 운용 자산 규모를 대폭 늘리는 획기적인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추정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SEC가 블랙록의 ETF를 승인해준다면 이는 빅뱅과도 같은 사건”이라며 “기관 투자자뿐 아니라 그동안 낮은 신뢰도를 이유로 비트코인 투자를 꺼렸던 개인 투자자들도 제도권에 편입된 ETF에 큰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보다 원활하게 편입하고 매매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선물보다는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법적 제도만 마련된다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암호화폐 ETF 상장 사례가 나오더라도 한국에서는 이를 더 신중하게 살필 것이란 의견도 만만찮게 나왔다. 아직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섣불리 ETF에만 길을 터주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경우도 주요 골자는 투자자 보호에 대한 내용뿐이다. 테라·루나 사태를 유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점도 암호화폐 상품 논의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당국의 핵심 실무진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자리도 현재 공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SEC가 현물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지 않은 것은 가치 평가, 유동성, 수탁(커스터디), 자금 조작 가능성, 차익거래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해당 우려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TD코웬의 스티븐 그라골라 애널리스트 역시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가 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