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롯데온을 통해 운영하던 온라인 통합 전략을 접기로 하면서 일각에서 거론돼온 11번가 인수는 검토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백점·마트 등의 e커머스 사업을 롯데온이 통합해 전담하는 전략 대신 유통 계열사가 각각 맡아 특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11번가의 매각 가능성은 한층 낮아지게 됐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023530)은 e커머스 사업부를 통해 롯데온을 출범시킨 지 3년 만에 전략을 전면 수정해 7개 계열사가 각자 e커머스 사업을 전담하기로 했다. 롯데쇼핑은 2020년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멤버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롭스 등 7개 계열사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해 롯데온을 론칭했다. 롯데온은 1만 50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고객 정보를 통합해 개인 맞춤형 쇼핑을 제공하겠다는 ‘큐레이션 커머스’를 표방했다. 그러나 온라인 통합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졌고 규모의 경제에서도 네이버와 쿠팡은 물론 SSG닷컴에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3년째가 되는 올해 1분기까지 매년 200억~400억 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 최대 500억 원에 이르던 적자가 200억 원 수준으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이어졌다.
특히 통합 효과를 높이기 위해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하면서 롯데온은 표면적으로 더 많은 적자를 떠안게 됐다. 기존에 롯데온은 백화점과 마트 등 각 계열사 상품을 판매하며 중개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어서 계열사 내에 있는 온라인 사업부와 경쟁 관계에 있었다. 이에 각 계열사 온라인 사업부를 모두 롯데온으로 넘기면서 백화점·마트 등의 온라인 적자까지 모두 안게 됐다.
앞으로는 백화점의 경우 명품·패션·뷰티, 롯데마트는 신선식품, 하이마트는 전자제품 등 각 유통 계열사가 직접 e커머스 사업을 주도하게 된다.
다만 롯데온을 유지하면서 외부 사업자의 상품 일부를 선별해 판매하는 버티컬 서비스 전략은 유지한다. SK스퀘어(402340)가 매각을 추진하는 11번가는 대표적인 오픈마켓 사업자로, 그동안 롯데온의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 수차례 논의가 오갔으나 결론적으로 롯데온은 오픈마켓 대신 각 계열사가 특화된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투자처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패션과 화장품 온라인 플랫폼 혹은 식품 온라인 플랫폼 등이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컬리와 오아시스 등의 상장이 연기된 온라인 식품 플랫폼의 매각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의 기업가치를 놓고 기존 투자자와 신규 인수 후보들 간 이견이 커 당장 투자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컬리는 2021년 말 투자 유치 당시 4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올 5월 12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2조 5000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한 식품 대기업이 컬리의 기업가치를 4000억 원에 평가하고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11번가는 큐텐과 초기적인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그동안 e커머스 기업을 인수하면서 최대 기업가치의 10분의 1 수준에서 매입한 데다 그마저도 현금 대신 지분 교환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1번가의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지분 교환 방식에 반대하고 있으며 매각이 불발될 경우 투자 펀드의 만기 연장도 5000억 원 중 1000억 원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