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에 진입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흐름이 끝자락에 왔다는 기대가 일고 있다.
CPI가 여전히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도는 만큼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이게 끝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기 때문이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1년여 만에 최저치를 찍은 것도 이러한 기대감의 강한 표현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을 화두로 삼기 시작했다. 하지만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에 비춰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미 노동부가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6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0% 증가했다는 소식에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3일 장중 100.421을 기록했다. 전날 100.521로 마감하며 지난해 4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인 데 이어 낙폭을 더 키웠다. 반대로 주요 통화들의 가치는 일제히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은 유로화 가치가 최근 15개월 사이 최고치인 유로당 1.1148달러까지 올랐으며 엔·달러 환율도 장중 138.08엔으로 5월 중순 이후 최저치로 하락(통화가치 상승)했다고 전했다. 스위스프랑은 2015년 이후, 영국 파운드화는 202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증시도 상승했다. 12일 다우존스지수는 0.25% 오른 3만 4347.43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74%, 1.15% 상승 마감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시장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진 것은 6월 미국 CPI를 찬찬히 뜯어보면 인플레이션 둔화 기조가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변동성 강한 식품·에너지 가격을 뺀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8%로 시장 전망치(5.0%)를 밑돌았다. 중고차 가격도 4·5월 연속 4.4% 상승했던 흐름을 뒤로 하고 6월 ?0.5%를 기록했다. 여행·레저 물가를 보여주는 항공료도 전년 동월 대비 18.9%나 급락해 물가 상승 폭 제한에 크게 기여했다. 물가지수에서 비중이 가장 큰 주거비는 6월에도 7.8% 올랐지만 시장에서는 곧 크게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민간 통계로는 두어 달 전부터 주택 임대료 상승 속도가 팬데믹 이전과 가까운 수준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조던 로체스터 노무라증권 투자전략가는 “이제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장의 주제”라며 “7월 인상으로 완료된다는 아이디어가 더욱 폭 넓게 신뢰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를 보면 이달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92.4%로 압도적이다. 반면 9·11·12월에는 7월에 인상된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모두 60%를 웃돈다. 줄리아 폴락 집리크루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7월에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후 내년에는 점진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두 달 이상은 이어져야 연준이 안심할 수 있으므로 지나친 낙관론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경제학자들은 강한 노동시장이 계속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연준 고위 인사들도 신중한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홈페이지 글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고착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책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은 총재도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아직 높으며 너무 빨리 물러나면 다시 강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연준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