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빅테크 육성, 개혁 개방 확대, 완화적 통화정책 등 하반기 경기 부양을 위한 카드를 쏟아내며 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3월 ‘시진핑 3기’가 공식 출범하고 4개월여가 지났지만 경제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자 ‘경제 올인’에 나서는 모양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첫 해부터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자 규제 우선의 정책 방향을 180도 전환하는 친기업 행보까지 보이고 있다. 저성장의 기로에 선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경기 회복 드라이브로 ‘상저하고’의 흐름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1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리창 국무원 총리가 12일 플랫폼 기업 관계자들과의 좌담회를 열고 플랫폼 경제의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독려했다고 1면 기사로 보도했다.
리 총리는 좌담회에서 플랫폼 기업의 성과를 치하하며 경제발전을 위한 참석자들의 역할을 독려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들이 계속해서 발전을 이어가야 한다”며 “각급 정부가 플랫폼 기업과의 상시화된 커뮤니케이션 메커니즘을 구축해 기업의 어려움과 요구를 적시에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공정한 경쟁을 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투자, 신기술, 신사업 보안 평가 등의 정책을 개선하겠다며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규제 시스템을 손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날 빅테크 기업 앞에서 리 총리가 한 발언을 두고 중국 당국의 빅테크 규제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경제 회복세가 둔화하며 장기 침체 우려가 커진 중국 당국이 친기업 행보를 본격화하며 위기 극복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글로벌타임스는 판허린 저장대 국제경영대학원 산하 디지털경제·금융혁신 연구센터 소장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고위 정책 입안자들이 플랫폼 기업의 강한 성장과 기여를 기대하며 이들을 중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지도부는 부쩍 민간기업들의 기업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시 주석은 11일 중국의 대외 개방 수준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정책을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도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경영자·전직 고위 관료 대화’에서 미국 경제인들을 만나 “중국은 확고부동하게 개혁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외국 자본의 이탈이 우려되자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의 친기업 행보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경제 회복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중국은 올해 초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섰다. 시진핑 3기 출범을 맞아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그늘에서 벗어나 빠르게 경제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다. 1분기만 해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도는 4.5%를 기록했으나 2분기 들어 실물경제지표가 하락하며 다시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저성장 흐름 속에 소비 침체까지 더해져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자칫 집권 3기 첫해부터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시 주석의 장기 집권 동력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고속 성장 시대를 지나 ‘안정적인 성장’을 강조하는 중국 당국에 저성장의 그늘이 드리우며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중국 당국은 각종 정책 패키지까지 꺼내 들 기세다.
대표적인 것이 통화완화 정책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10개월 만에 인하하는 등 정책금리를 조정했다. 소비 회복을 독려하는 동시에 중국 경제 회복에 키를 쥐고 있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다. 인민은행은 하반기에도 추가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시사했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경제 활성화 조치로 하반기 경제 회복은 물론 성장률 목표 달성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은 소비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부동산 경기 침체도 이어질 것이라며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수출입 실적도 전달은 물론 시장 전망치를 모두 밑돌며 불안감을 키웠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6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4% 감소하며 2020년 1~2월(-17.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입 역시 6.8% 줄어들며 지난해 10월(-0.7%) 이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