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하나금융, KDB생명 매각 우협 선정…"비은행 수익 확대" 승부수 통하나

자회사 하나생명과 시너지 기대

인수 성사땐 업계 8위로 발돋움

경영정상화 자금 8000억 필요

일부에선 "무리한 인수" 관측도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보험업 강화를 통해 은행에 치우친 수익 구조에서 탈피하려는 하나금융의 노림수가 결실을 거둘지 주목된다.



13일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PEF(KCV PEF)가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하나금융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KCV는 2010년 금호그룹 구조 조정 당시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다.

앞서 하나금융은 7일 마감된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며 인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나금융은 상세 실사를 거친 뒤 인수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KCV가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이며 매각가는 2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산은은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KDB생명은 광범위한 개인금융 네트워크를 보유한 하나금융그룹의 일원으로 재출발하게 된다”면서 “이를 통해 안정적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이번 인수를 통해 보험 부문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현재 보험사 하나생명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나 자산 규모가 3월 말 기준 6조 3000억 원에 그친다. 전체 22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17위 수준이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품으면 자산 규모 기준 업계 8위 수준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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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외형만 커지는 것 외에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총자산수익률(ROA)을 보면 KDB생명은 0.80%로 하나생명(-0.13%) 대비 높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DB생명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보험의 비중이 높아 하나생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판매 채널과 보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만큼 실적과 재무 건전성이 동시에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쏠린 하나금융그룹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점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나금융의 전체 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74%에 달한다. 4대 금융그룹 중에서도 은행 의존도가 높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컸다.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이 이번 KDB생명 인수에 이어 현재 매물로 나온 보험사를 추가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재무 개선이 시급한 산은 역시 매각 의지가 강력한 만큼 남은 인수 과정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KDB생명까지 떠안아왔다. 이후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네 차례나 매각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2020년 6월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이듬해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지만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해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매각 도전만 다섯 번째지만 과거 매각 시도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KDB생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5월 75% 무상 감자로 자본금을 줄이고 이월결손금을 축소하는 한편 산은이 신종자본증권 차환 발행분 2160억 원 전액을 매입함으로써 가용 자본 관리가 용이해졌다”며 매각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KDB생명의 재무 건전성이 부실하다는 점을 들어 인수 대금 외에 경영 정상화까지 8000억 원가량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며 하나금융이 무리한 인수전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올해부터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된 가운데 KDB생명은 경과 조치를 받았음에도 3월 말 기준 K-ICS 비율이 101.7%에 불과해 금융 당국 권고치(15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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