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16일 오후 2시 30분.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하나병원 로비가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로 가득찼다. 실종자의 어머니는 탈진했고, 일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아 스스로를 지탱했다. 자신의 조카가 실종됐다는 A 씨는 “쌍둥이였던 조카는 대학 졸업 후 취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다. 그 누구보다 어머니에게 애틋했던 기억이 난다”며 울음을 삼켰다. 궁평2지하차도는 전날 인근 제방이 무너지면서 갑자기 물이 닥쳐 버스와 승용차등이 침수돼 9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께 응급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진입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쏜살같이 달려갔다. 내 가족이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응급차 안에 탄 사람이 일반 부상자라는 것을 확인한 가족들의 팔은 이내 축 늘어졌다. 텅 빈 눈동자로 한동안 응급차 내부만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천안에 거주하는 김 모(75) 씨는 실종된 아들(48) 소식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그의 아들은 오송읍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그 날따라 본인 차를 안 가져가고 같이 일하는 동료 차를 타고 갔는데 출근 길에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젯밤 30분 통화한 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끝을 흐렸다. 김 씨는 아들과 동승했던 동료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했다. 운전자는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김 씨는 갑자기 차오른 물에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경찰은 지하차도 내부에서 아들 김 씨의 지갑과 신분증 등을 발견했으나 아직 시신은 수습하지 못한 상태다. 실종된 김 씨에게는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쌍둥이 딸과 초등학교 6학년짜리 늦둥이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결혼한 새신랑 김 모(30) 씨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공공기관 필기시험에 응시하는 처남을 KTX 오송역으로 데려다 주던 길이었다. 김 씨는 처남과 함께 차에서 빠져나와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갔지만, 처남이 뒤를 돌아봤을 때 매형 김 씨는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실종 한 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끝내 숨졌다.
병원에서 만난 50대 박 모 씨는 이번 사고로 장모를 잃었다. 그는 “장모님은 일행들과 함께 747번 버스를 타고 오송으로 향하던 중이었다”면서 “아내와 처남은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흐느꼈다. 박 씨는 신원을 확인한 후 검안 작업을 거쳐 장례식을 준비할 예정이다.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충청북도측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박 씨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말이 되냐”며 “아직 사고대책본부도 안꾸려졌고, 유족들이 개별적으로 시신을 확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무런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일을 총괄하는 사람도 없다”면서 “공무원이라는 사람들도 아무 대응이 없는 것이 말이 되나”며 오열했다. 박 씨의 옆에 있던 공무원은 말 없이 고개만 숙였다.
자신을 침수된 버스 기사의 친형이라고 밝힌 이모(60) 씨는 “지하차도가 저지대에 있는데 홍수 경보가 발령되면 차량이 침수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냐”며 “이는 관리 감독 소홀로 발생한 명백한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실종자 가족과 함께 상황을 지켜보던 하나병원 환자 김 모(51) 씨도 “지방 정부가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후에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바로 지난해에도 폭우로 전국적인 피해가 속출했는데 지금까지 무얼 하고 있던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