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의 없이 설치된 CCTV 비닐로 가리면 업무방해? 법원 판단은…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일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폐쇄회로(CC)TV를 회사가 노동자 동의 없이 설치했다면, 노동자들이 이를 가리더라도 정당행위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공장 내 CCTV를 검정 비닐봉지로 덮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노동조합 간부 A씨 등 3명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2015년 11월과 12월 전북 군산의 한 자동차 공장에 설치된 CCTV 51대에 검은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하지 못하게 해 시설관리 업무 등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회사는 도난·화재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CCTV를 설치했으나 설치 전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관련기사



이후 2015년 12월과 2016년 1월에는 노동자의 작업 모습이 찍히는 카메라 12대와 14대를 특정해 재차 검은 비닐봉지를 씌웠다가 추가 기소됐다. A씨 등은 회사가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공사 중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CCTV 설치를 강행했으므로 이를 가린 것은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1·2심은 노동자 쪽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CCTV 설치가 ‘개인정보보법’이나 ‘근로자참여법’을 위반한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시설물 보안이나 화재 감식 등의 목적도 있기 때문에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CCTV 51대 중 32대는 공장 외곽 울타리에 설치돼 노동자를 촬영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19대는 공장부지 내부와 출입구에 설치돼 회전과 줌(zoom) 기능으로 직원들이 언제 출퇴근 하는지, 어떻게 일하는지를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51대 전체를 가렸던 것은 위법하지만, 노동자를 촬영한 19대 중 일부를 가린 것은 정당행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직·간접적인 근로 공간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한 CCTV 19대는 노동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다”면서 회사가 개인정보보호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이어 “회사가 CCTV 가동을 강행해 개인정보가 위법하게 수집되는 상황이 현실화했던 점,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일단 침해되면 사후 회복이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정당행위 인정에 필요한)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유진 인턴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