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원 확대’ 합의했다고 의협 회장 탄핵…기득권 지키기 지나치다


대한의사협회 일부 대의원들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합의했다는 이유로 이필수 의협 회장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는 대의원 83명의 요구로 23일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집행부 불신임안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표결하기로 했다. 재적 대의원 242명 중 3분의 2가 출석해 출석자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회장 불신임안이 가결된다. 의협 지도부가 교체되면 정부와 함께 의사 증원, 필수 의료 확충 등을 논의해온 ‘의료현안협의체’ 가동도 멈추게 된다.



이들은 불신임안 추진 사유로 의대 정원 확대 합의 외에 수술실 내 CCTV 설치 시행, 의사 면허 박탈 사유 확대, 비대면 진료 도입 등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집행부가 회원들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익단체라는 의협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국민 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주장이다. 이번 불신임안 상정의 의도는 실제 탄핵보다 의사들의 불만이 크다는 점을 부각시켜 집행부의 입장을 바꾸고 정부 의료 정책에 제동을 걸려는 데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의료 정책 결정을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특권 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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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활동 의사 수는 1000명 당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3.6명에 한참 뒤처진다. 게다가 수술실·응급실·중환자실 등에서 일할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해 병원을 찾아 헤매다 사망한 환자가 속출하고 지역 의료는 붕괴 직전이다. 물론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이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를 살리고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려면 18년째 그대로인 의대 정원 확대는 선결 과제이다. 이르면 2025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하더라도 전문의를 배출하려면 최소 11년이 걸린다. 일부 의사들은 고립을 자초하는 집단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의사협회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의료계 현안에 대해 심층적인 협의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적정 수준의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기피 의료 분야에 대한 충분한 보상, 열악한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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