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민주, 여론에 등 떠밀려…'조건부' 불체포특권 폐지 결의

혁신위 '1호 쇄신안' 25일만에

'정당한 영장 청구' 단서는 달아

행정부 권력에 보호 장치 마련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조건부’로 내려놓기로 했다.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호 혁신안’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한 지 25일 만이다. 다만 불체포특권 포기 조건으로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달았다. 부당한 행정 권력 행사로부터 입법부를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일부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불체포특권에 대한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있었고 결론적으로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앞서 박광온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변화를 요구하면 국민 눈높이를 철저하게 맞춰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노력”이라며 다시 한번 불체포특권 포기 수용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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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서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움직임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19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저를 향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혁신위에서 1호 제안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정하며 급물살을 탔지만 이달 13일 열린 의총에서 합의에 이르는 데 실패해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이 헌법에 명시된 규정을 당이 자체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평의원을 중심으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움직임이 일어나며 불씨는 되살아났다. 계파를 초월한 31명의 의원이 공동성명서를 낸 데 이어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검찰 정권의 야당 탄압 우려는 분명하지만 불체포특권 뒤에 숨을 게 아니라 당의 역량을 총동원해 당당히 맞서야 한다”며 의총 결의를 촉구했다.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44조에 명시된 국회의원의 권리인 만큼 당론 대신 선언적 성격인 ‘결의’ 방식을 택했다. 통상적으로 당론 추인 절차는 법안이나 정책을 추진할 때 진행한다. 박광온 원내지도부에서 추인된 만큼 22대 국회까지 강제할 방법도 없다.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을 붙인 것을 두고도 벌써부터 ‘방탄용’이라는 지적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김 원내대변인은 ‘정당한 영장 청구’의 기준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라며 “국민들이 볼 때 이례적으로 부당한 영장 청구라고 판단하지 않으면 특권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 또한 이러한 지적에 “(의원들의 진의에) 의심을 갖는 것은 좋은데 우리의 진심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혁신위는 이번 의총 결의에 대해 “혁신을 위한 내려놓기의 시작이며 앞으로 실천을 통해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상훈 기자·유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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