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정비 사업 설계·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공모 지침을 위반하는 등 부당 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한다. 최근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 공모 과정에서 공모 지침을 어긴 업체가 선정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추후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18일 정비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정비 사업 공모 과정에서 지침 위반 등의 부당 행위가 있을 경우 자치단체에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시는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공지원제도(옛 공공관리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정비 사업 과정에서 입찰 기준 등을 감독할 권한은 있으나 부당 행위에 대해 직접적인 처벌을 내릴 근거는 불명확한 상태다. 이에 최근 문제가 불거진 압구정3구역 설계사 공모에서 희림건축이 실현 불가능한 ‘용적률 360% 설계안’을 제출했음에도 시는 실격처리 요구와 입찰 방해, 사기 미수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 조치만 취했다. 앞으로는 즉각적인 행정 처분을 통해 정비 사업의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다만 새 규정은 기존 공모건에 소급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서울시의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희림을 설계사로 선정한 압구정3구역 조합은 아직 재공모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희림은 용적률 300%를 적용해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재설계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설계사 선정 자체를 무효로 보고 있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희림의 수정안을 근거로한 정비계획안을 인가해주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조합 분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압구정3구역 관계자는 “서울시의 고발, 시정 조치 등으로 조합이 압박을 받고 있다”며 “투표 결과상 비상대책위원회가 충분히 꾸려질 수 있는 수준으로 자칫 조합이 분열돼 사업이 더 늦어질까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