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0일 '이권 카르텔'의 정점으로 지목된 전현직 최고 경영진을 압수수색하며 윗선 수사를 본격화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구현모·남중수 전 KT 대표이사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 10여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KT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겸 대표이사 직무대행, 부동산사업단 단장 홍모씨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KT로부터 일감을 몰아받은 KDFS 사무실도 함께 압수수색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황욱정 KDFS 대표를 이달 14일 구속한 지 엿새 만에 본격적으로 그룹 고위층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한 것이다. 구 전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구 전 대표 등 그룹 고위층이 일종의 '이권 카르텔'을 구성해 조직적으로 KDFS에 일감을 몰아주고, 늘어난 수익으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것 아닌지 의심한다.
황 대표는 남 전 대표 시절 그룹에서 요직을 맡았고, 구 전 대표 취임 후에는 일감 발주사인 KT텔레캅을 거쳐 KDFS에 재취업했다.
박 대행 역시 구 전 대표 체제에서 경영기획부문장과 안전보괄 총괄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등 사실상 '2인자'로 꼽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황 대표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구현모·남중수 전 대표 등을 언급하는 내용의 녹취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박 대행이 '일감 몰아주기는 구 전 대표와 얘기된 것'이라며 KT텔레캅 임원을 압박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KT그룹은 2020년 구 전 대표 취임 뒤 시설관리(FM) 일감 발주업체를 기존 KT에스테이트에서 KT텔레캅으로 바꿨다.
발주업체가 된 KT텔레캅은 기존의 KDFS, KSmate, KFnS, KSNC 등 4개 하청업체에 나눠주던 일감을 KDFS와 KSmate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를 통해 KDFS 매출은 2년 새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2021년 KT 본사 임원들에게 KDFS에 시설관리 용역 물량을 늘려달라는 청탁하며 KDFS 법인카드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구 전 대표 등을 불러 관여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비자금 조성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구 전 대표 등의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수사가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