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마리오 등 30~40년 ‘장수 IP(지식재산권)’로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최근 글로벌 영화 시장에서 잇따라 흥행하고 있다. 한국도 IP의 수명을 늘려 장기적인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은 인기 시리즈 ‘명탐정 코난’의 26번째 극장판이다. 1994년 잡지 ‘소년 선데이’에 연재되기 시작한 이래 꾸준히 사랑받는 대표적인 IP로 소꼽힌다. 이번 영화는 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수수께끼의 집단 ‘검은 조직’이 총집결해 일본에서도 코난 시리즈 역대 최고치인 131억 엔(약 1190억 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명탐정 코난’의 인기는 이어지는 상황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일 정오 기준 영화 예매율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25.3%)에 이어 2위(16.9%)를 달리고 있다.
1981년 첫 등장한 닌텐도 사의 대표적인 게임 캐릭터 마리오도 영상화돼 전 세계에서 올해 가장 흥행한 애니메이션 자리를 차지했다. 일본 닌텐도 사와 미국 ‘미니언즈’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이 힘을 합쳐 만든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전 세계 13억4000만 달러(약 1조6900억 원)의 흥행 수익을 올리면서 역대 흥행 애니메이션 영화 1위인 ‘겨울왕국 2’의 뒤를 잇는 성적을 거뒀다. 한국에서도 239만 명의 관객들이 동원되면서 흥행에 동참했다.
이런 ‘장수 IP’가 여전히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대를 아우른다는 점이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년 애니메이션 산업 백서’에 따르면 ‘명탐정 코난’ 시리즈는 최근 1년간 즐겨본 TV 모니터 애니메이션 중 1위를 차지했다. 특히 40대(21.6%)가 가장 많이 코난을 시청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 연예 매체 콜라이더도 ‘마리오’의 흥행에 대해 “마리오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세대 캐릭터이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한국은 이들과 비견되는 ‘장수 IP’가 많지 않다. 그 중 하나로 1983년부터 연재된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경우 지금 세대 사이에서 폭넓게 향유되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탄생 40주년을 맞아 올 5월에 리마스터링해 재개봉한 영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또한 관객 수 10만 명에 그쳤다.
실제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이야기 IP의 수명도 평균 8년에 불과한 상황이다. 다만 원소스멀티유즈(OSMU)가 가능한 게임과 웹툰 산업은 각각 12.7년과 10.4년으로 평균보다 길어 세대 간 보편적 인기를 유지하고 장기적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