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경제위축의 먹구름

오철수 선임기자

인구는 줄고 규제혁신은 지지부진

노동생산성 낮은데 정치파업 기승

방치땐 GDP추락 고착화 가능성

성장 위해선 체질개선 서둘러야

오철수 선임기자오철수 선임기자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흥미로운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하나 내놨다. 2075년 인도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그 이유로 급증하는 인구와 혁신·기술 발전, 노동생산성 향상, 투자 증가 등을 들었다. 실제로 인도는 이미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이 됐고 기술혁신과 투자 증가의 영향으로 기술산업의 매출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50년 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52조5,000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미국(51조5,000억 달러)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기준을 한국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것이 없다. 먼저 인구 문제부터 보자. 우리나라는 그동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수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보니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소멸이 우려된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사정은 규제혁신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9년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고 최근에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까지 시행했지만 신산업을 가로막는 장벽은 여전하다. 이 때문에 혁신이 지체돼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탄생은 드문 편이다. 미국 기업분석회사 CB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에 한국의 스타트업은 단 한 개만 포함됐다. 미국(59개), 중국(12개), 영국(7개) 등 경쟁국들과는 비교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서 유니콘 탄생이 저조한 것은 규제와 관련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바로는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 가운데 17개는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는 사업이 어렵다. 원격의료가 그렇고 공유숙박, 승차공유 등도 마찬가지다. 민간 벤처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하지만 금산분리 등의 족쇄에 묶여 투자규모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할 경우 부당지원행위 금지, 일감 몰아주기 금지, 계열사간 상호 출자 및 채무보증 금지 등 이중삼중의 제약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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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분야는 또 어떤가. 우리나라의 노동 경쟁력은 세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순위는 41위로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보다 5단계나 떨어졌다. 기업 효율성이나 인프라에서 벌어 둔 점수를 노동생산성에서 까먹는 바람에 국가 경쟁력 순위도 28위로 한 단계 밀려났다. 최근 5년 동안 최저임금이 무려 41.6%나 치솟으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것도 노동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이 와중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비롯한 노동단체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 ‘일본 핵오염수 투기중단’ 등 정치구호를 외치며 파업에 나서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이러니 경제 규모가 갈수록 쪼그라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GDP 순위가 13위로 떨어진 것은 바로 이 같은 요인들이 작용한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를 원화 약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모양이나 그렇게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경제의 근본 체질이 약해지는데 경제가 좋아질 수 있겠는가.

이를 방치하면 후진국 추락은 한순간이다. 인구 문제는 당장 손을 쓰기 어렵더라도 규제와 노동생산성 등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경제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이뤄야 한다. 이것 없이 우리 경제를 성장궤도로 올려놓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오철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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