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케이팝 보이 그룹 중 세븐틴의 '흥'을 따라갈 수 있는 그룹이 있을까. 13개월 만에 한국 공연 무대에 오른 세븐틴은 여전한 에너지를 자랑했다.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는 그룹의 명성에 걸맞게 세븐틴 멤버들은 세븐틴만의 경쾌하고 긍정적인 텐션으로 무려 세트리스트 25곡, 3시간 30분의 공연을 꽉 채웠다.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그룹 세븐틴의 '세븐틴 투어 '팔로우' 투 서울(SEVENTEEN TOUR 'FOLLOW' TO SEOUL)'이 개최됐다. 멤버 에스쿱스, 정한, 조슈아, 준, 호시, 원우, 우지, 디에잇, 민규, 도겸, 버논, 디노 12명의 멤버가 현장에 참석해 팬과 만났다. 멤버 승관은 건강 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공연은 세븐틴의 새로운 투어인 '팔로우'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다. 지난해 6월 열린 세 번째 월드투어 '비 더 썬(SEVENTEEN WORLD TOUR [BE THE SUN]) 이후 약 1년 만으로, 팬들에게는 반가운 공연이기도 하다. 공연은 앞서 티켓 오픈과 동시에 2회 합산 3만 5천여 석이 단숨에 매진되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팬들의 기대에 발맞추듯 공연은 '비 더 썬' 대비 1.5배 큰 LED 스크린을 적용해 방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아울러 온라인 스트리밍으로도 진행돼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팬도 함께할 수 있었다.
이날 세븐틴은 가장 최신곡인 미니 10집 '에프엠엘(FML)'의 타이틀곡인 '손오공'으로 포문을 열었다. '손오공'은 세븐틴에게 케이팝 아티스트 최초로 단일 앨범 판매량 600만 장을 넘기는 대기록을 안겨준 곡이기도 하다. 파란색 레이저 조명과 함께 무대가 시작되고 멤버 우지가 리프트를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는 연출이 펼쳐졌다. 이후 12명의 멤버들은 힘찬 기합과 함께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시작했다.
이에 1만 8천여 명 팬들도 열띤 함성과 응원으로 세븐틴을 맞았다. 이날 현장에는 한국 국적의 팬보다 해외 국적의 팬이 더 많이 보일 정도로 다양한 국적과 연령의 팬들이 모였다. 이들의 손에 들린 '캐럿봉'이 무대와 연동된 원격 제어로 무대에 맞춰 빛나는 장관은 무대를 완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연출 요소였다.
이후 세븐틴은 정규 4집 수록곡 '돈 키호테(DON QUIXOTE)', 정규 2집 타이틀곡 '박수'까지 열정적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돈 키호태'에서는 곡마다 강렬한 LED 그래픽과 함께 적절히 무대의 단차를 바꾸는 등 완성도 높은 무대가 연출됐다. 특히 '박수'에서는 묵직한 밴드 사운드가 동반돼,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리얼 사운드의 매력을 배가했다.
멤버들은 이날 최고 기온 34도의 폭염을 뚫고 온 팬들에게 "무더위도 잊을 만큼의" 공연을 약속했다. 리더 에스쿱스는 "밖에 많이 더웠는데 힘들었다는 거 잘 안다. 그거 다 잊게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한은 "이번 큐시트 만만치 않다. 멤버들이 여러분들이 신날 수 있게끔 끌고 갈 거다. 여러분은 에너지로 저를 끌고 가 달라"며 웃었다. 민규 역시 "함께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신나는 무대를 많이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세븐틴은 오프닝 멘트부터 넘치는 흥을 자랑했다. 멤버들은 팬들에게 새로운 구호법인 '팔로우' 박수를 유도하는가 하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한 멤버 승관의 이름을 연호하며 아쉬운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버논이 개인 인사를 할 때는 긴급재난문자가 울리는 헤프닝이 벌어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오프닝 멘트가 끝난 후 세븐틴은 미니 4집 타이틀곡 '울고 싶지 않아', 미니 10집 타이틀곡 '퍽 마이 라이프(F*ck My Life)', 스페셜 앨범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 타이틀곡 '고맙다'까지 선보였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조화를 이루는 세븐틴 음악의 정체성이 잘 느껴지는 세트리스트였다.
이어 세븐틴의 포지션 무대가 시작됐다. 보컬 팀인 정한·조슈아·우지·도겸이 부른 미니 10집 수록곡 '먼지', 정규 2집 수록곡 '바람개비' 무대가 펼쳐졌다. 준·호시·디에잇·디노로 이뤄진 퍼포먼스팀은 미니 3집 '하이라이트(HIGHLIGHT)', 미니 10집 수록곡 '아이 돈트 언더스탠드 벗 아이 러브 유(I Don't Understand But I Luv U)'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에스쿱스·원우·민규·버논으로 구성된 힙합팀이 등장해 정규 3집 수록곡 '백 잇 업(Back it up)'과 미니 10집 수록곡 '파이어(Fire)' 무대에 올랐다. 3~4인으로 이뤄진 무대였지만 멤버들은 돌출 무대와 무대 세트를 활용하며 완전체 못지않은 텐션을 자랑했다.
포지션 무대가 끝나고, 세븐틴은 본격적으로 끼와 흥을 발산했다. '팔로우 세븐틴 페스티벌'을 콘셉트로 스페셜 앨범 '세미콜론(; Semicolon)' 타이틀곡 '홈런(HOME;RUN)' 무대가 시작됐다. 이후 미니 7집 타이틀곡 '래프트 앤 라이트(Left & Right)', 미니 3집 수록곡 '뷰티풀(BEAUTIFUL)', 미니 1집 타이틀곡 '아낀다', 정규 4집 타이틀곡 '핫(HOT)' 까지 이어지며 세븐틴은 무한대로 에너지를 발산했다. 호시는 팬들에게 "일어나지 않으면 다음 곡을 하지 않겠다"고 웃으며 공연장의 텐션을 끌어올렸다. 이에 4층에 앉아 있는 팬들까지 모두 일어나 공연을 즐겼다.
준은 퍼포먼스 무대 '아이 돈트 언더스탠드 벗 아이 러브 유'에 대해 "'하이라이트'에서는 양복을 입지만, '아이 돈트 언더스탠드 벗 아이 러브 유' 때는 벗고, 이런 모습을 준비했다"고 말해 팬들의 뜨거운 함성을 받았다. 디노는 "힙합 팀의 무대 '백 잇 업'은 워낙 힙합 팀의 대표곡처럼 느껴져서 신났다. 그런데 '파이어' 분위기가, 정말 압도된다"며 칭찬했다.
호시는 미니 10집 수록곡 '에이프릴 샤워(April Shower)' 무대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실 이 노래는 승관이가 되게 하고 싶어 했던 노래다. 재미있게 즐겨달라"고 밝혀 승관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멤버들은 '어른 아이', '애니원(Anyone)', '굿 투 미(Good to Me)', '지금 널 찾아가고 있어', '소용돌이' 등 타이틀곡 못지않은 수록곡의 매력을 보여줬다. 특히 '애니원'과 '굿 투 미'의 카레이서 콘셉트 의상은 팬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공연은 엔딩곡 '핫(HOT)'으로 일단락되는가 싶었으나, 멤버들은 다시 등장해 '지금 널 찾아가고 있어', '소용돌이', '힛(HIT)' 등 다채로운 앙코르 무대를 선보였다. 팬들도 세븐틴의 열정에 호응하듯 곡 '캠프파이어' 떼창 이벤트를 준비해 멤버들을 감동하게 했다. 세븐틴 팬들에게 '무한 앙코르곡'으로 유명한 '아주 나이스'를 마지막으로 세븐틴은 공연을 마무리했다.
호시는 "한국에서의 오랜만의 공연이다. 한국 공연이 죄송하지만 많이 없었다. 다음 달에 잡아보려고 했는데, 대관이 안 됐다. 진짜로 안 되는 게 죄송하다. 여러분 이렇게 오시기 힘들었다는 거 정말 잘 안다. 항상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 더 큰 공연장이 있다면 거기서 일주일에 한 번씩 계속하고 싶다"며 "올해도 여러가지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열심히 달리도록 하겠다"고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조슈아는 "13개월이다. 너무너무 오래됐다. 많이 기다려 주셨다. 열심히 더운 날에 와주셔서 감사하다. 저희도 오늘 콘서트를 준비하며 되게 고민이 많았고, 도대체 뭘 보여줘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렇게 끝나고 나니까 여러분들이 많이 즐겨주셨구나, 좋아해 주셨구나, 느껴져서 안심이 된다"며 웃었다.
디에잇은 팬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며 느낀 게, 준비할 때마다 쉽지 않은 것 같다. 정말 힘든 상황 중에서도 캐럿을 만늘 수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되어서 멤버들과 지금 이 순간까지 온 것 같다. 이 순간 캐럿을 보면서 참 보람 있다는 생각이 든다. 캐럿 한 명 한 명 다 눈에 담고 싶고, 이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민규는 "세상이 힘들고 지칠 일이 참 많지 않나. 매일 매일이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지 않나. 저도 그렇다. 저는 힘들고 지칠 때 멤버들을 보면서 더 파이팅 한다. 저도 여러분이 진심으로 힘들 때 저를 보며 여러분이 힘낼 수 있도록 에너지 넘치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무대와 음악, 앨범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에스쿱스는 "사실 원래 이 큐시트가 아니었다. 저희가 욕심을 내서 세트리스트를 뒤집어엎었다. 캐럿에게 더 좋은 모습 보이기 위해서 그랬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는 스태프가 더 많이 고생하셨다" 며 "콘서트에 올 때 기분 좋게, 행복할 때 오셨으면 좋겠다. 화내고 싸우는 거 다 우리가 하겠다. 캐럿들끼리도 싸우지 말라. 그리고 올해 더 많이 느껴지는 거 같은데,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진심 어린 소감을 전했다.
긍정적인 힘을 가진 음악과, '고잉세븐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열두 멤버의 쾌활한 케미스트리, 무대를 꽉 채우는 파워풀한 퍼포먼스, 그리고 팬들의 열기까지 더해져 고척스카이돔은 3시간 30분 동안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한편 세븐틴은 21일과 22일 양일간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팔로우' 투 서울(SEVENTEEN TOUR 'FOLLOW' TO SEOUL)'을 마무리했다. 멤버들은 오는 9월 6~7일 도쿄 돔, 11월 23~24일 베루나 돔(사이타마), 11월 30일과 12월 2~3일 반테린 돔 나고야, 12월 7일과 9~10일 교세라 돔 오사카, 12월 16~17일 후쿠오카 페이페이 돔 등 일본 5개 도시에서 '팔로우' 투어를 이어간다.